[제주 24일] 비 오는 오늘 하루도 힐링
"내 생각에, 집중이란 건 정말 좋은 거 같아.
집중을 하면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거든.
그런데 어제 보니까 집중할 때 진정 행복해지더라.
행복을 느끼려면 그 상황에 정말 집중했을 때만
가능한 것 같아."
저녁 먹고 들어오는 길에 아이들과 얘기했다.
집중의 놀라운 효과.
비 오는 아침 늦잠을 잤다.
8시 반이 넘어 일어나 급하게 찌개 끓이고 밥하고.
석균이가 타준 커피 한 잔 마시고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후다닥 설거지를 했다.
엄마는 걷고 싶다시며 잠깐 비가 그친 틈에 우산 하나 달랑 들고나가시고(진정한 여행자), 나는 오전 내내 멋진 할머니가 쓴 책을 읽고 아이들은 오전학습을 했다.
평온한 오전시간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엄마가 아직 돌아오질 않으셨다.
혹시 몰라 전화해 보니 아직 30분은 족히 걸어야 도착할 거리에 계셨다.
어쩌다 그리 멀리 가셨냐 물으니 오천보만 걷고 돌아오려 했는데 정자에 어르신들 앉아서 담소 중이라 같이 얘기하다 보니 늦어지셨다고.
비바람이 너무 세서 데리러 오라고 할 참이었다고 하셨다.
뻔뻔하지만 귀여운 웃음을 보이신다.
사진 찍자고 하니 얼굴도 가리시고 웃으신다.
점심은 딱세우파스타.
이번엔 꼬리도 달려있고, 전복도 넣었다.
사 먹으면 값이 제법 나갈 듯하다.
엄마 좋아하시라고 브로콜리도 많이 넣었다.
재료들을 버터에 따로 구워 놓고 마지막에 소스랑 비벼주는 형식으로 요리했다.
아이들은 토마토나 오일 스타일 보다 크림파스타를 애정해서 매번 크림파스타다.
엄마가 새로운 음식을 드시며 균스형제에게 내 칭찬을 엄청 하신다.
어깨가 머리보다 더 올라가게 생겼다.
점심식사 후 흔한 풍경.
석균이는 피아노를 치고 상균이는 설거지를 한다.
석균이 연주에 고개 끄덕이며 흥겹게 설거지하는 상균이를 보다 영상을 찍었다.
2층 복도에서 찍으니 상균이 고개는 아쉽게도 안 나온다.
외출에서 돌아온 엄마는 곧 꾸버 꾸벅 졸더니 소파에 누우셨다.
나도 방에 들어가 낮잠을 2시간이나 잤다.
오늘 수영가도 되냐고 물어서 5시에 나가자고 했는데 그냥 저녁 먹으러 나가는 걸로 합의 봤다.
몇 번을 가려고 하다가 못 갔던 '재연식당'.
저녁타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갔더니 사람이 없다.
열심히 밑반찬 준비하시는 음식점 가족들과 아이들 둘을 데리고 온 가족 한 팀이 다다.
일찍 오길 잘했다.
우리는 엄마정식 2, 갈치정식 2를 주문했다.
상이 아주 정갈하고 알차다.
함께 나온 미역국은 내가 석균이 것까지 두 그릇 다 비웠고 갈치도 양이 많다.
다 비우기 위해 공깃밥 하나 더 시켜서 먹었다.
아이들도 만족했지만 엄마 만족도도 높아서 좋았다.
정말 배부르게 엄마가 지인분들이랑 나눠 드신다고 해서 먹고 넛츠베리 6개 사 왔다.
집에 와서 하나 뜯었는데, 반절 먹었다.
디게 맛있다.
또 사러 갈 것 같다.
돌아오는 해안도로에서 잠깐씩 걸으며 바닷바람 쐬기.
이제 추워서 오래 못 나가 있겠다.
우리 긴팔 하나도 없는데 남편 찬스 써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