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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의 서핑 '월정 퀵서프'

[제주 25일] 인생에 한 번은 해봐야 할 것들

by 여행하는 SUN

"내 인생에 처음이다."

내가 방청소 하는 동안 소파에 앉아 계시던 엄마가 말씀하셨다.

"정말 처음으로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먹고 즐기기만 하네."

엄마가 손을 다치셔서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렇게 열흘가까이 밥도 빨래도 청소도 안 하고 쉬신 적이 정말 없었다.

인생에 한 번쯤은 그래도 충분할 엄마인데 말이다.

나도 친정에 가면 쉬고 어린냥 부리고 싶으니, 엄마가 해주는 많은 것들에 좋아하고 당연해했었다.

우리 엄마도 이렇게 좋아하실 거라고 나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었다.

시집오고 나서 한 번도 살림의 굴례에서 벗어 난 적 없었던 에너지 넘치는 우리 엄마.

"이제 쉬엄쉬엄 재미난 것만 하세요. 혹여 하기 싫은 건 하지도 마세요."




어제 산책하며 사 온 식빵으로 프렌치토스트를 했다.

토스트라면 양배추에 양파랑 계란이랑 넣어 만들어야 하는 줄 아시는 엄마.

"이건 어떻게 만드는 거니? 디게 부드럽다."

혹시 빵이 싫으면 찌개랑 밥 드린다고 했는데 내 몫까지 반절 더 드시는 엄마.

물론 사진의 토스트가 다가 아니다.

두 번 더 구웠다.

요즘 먹는 게 달라져서 인지 황금변을 본다 시는 엄마.

쭉쭉 잘 크고 계신다.


호우주의보가 내린 아침,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오늘 같은 날엔 물놀이지.

그래서 서핑하러 갔다.

제주살이 초반에 시작하고 싶었는데 매번 바다에 서퍼들이 너무 많았다.

오늘 같은 날엔, 특히 오전 첫 타임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9시 넘어 바로 월정리로 갔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월정퀵서프'.

시설도 깨끗하고 사람도 없고 좋다.

실내 교육 한 시간,

현장 교육 한 시간,

자유 서핑 한 시간이다.

만조라 그런지 파도가 점점 높아졌다.

제대로 라이딩은 안 됐지만 열심히 놀았다.

아이들이 파도에 휩쓸릴 때마다 어찌나 안타까운지

나도 같이 들어가 있었어야 했는데,

사실 내가 제일 하고 싶었다.

밖에서 한참 보다가 아이들이 보이는 카페에 엄마 모셔다 드리고 또 나와서 한참을 아이들을 봤다.

오늘밤 몸살이나 안 날지 모르겠다.


서프에서 집까지 5분 거리라 점심은 집에서 먹었다.

다들 너무 피곤해 보여서 쉬는 동안 고기를 구웠다.

지쳤어도 밥은 진짜 잘 먹는다.

밥 먹고 아이들은 잠시 낮잠타임.

나랑 엄마는 하나로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오이, 당근, 파프리카 다~~ 사고 복숭아도 또 사고 우유랑 고기도 샀다.


집으로 돌아와서 과일도 먹고 아이스미숫가루도 한잔씩 먹고.

엄마랑 균스형제 화투치기.

내기가 없으면 우리 상균이 잘도 이긴다.


저녁은 남은 김치찌개로 부대찌개를 했다.

남편이 사다 놓은 비엔나 소시지에 콩나물이랑 팽이버섯, 라면 하나 넣으니 양도 많다.

오이 하나, 구좌당근하나, 파프리카 하나 다~먹기.

연두부에 양념장 올려서 또 맛있게 먹기.


아이들이 낮잠을 잤는데도 9시 전에 불이 다 꺼졌다.

정말 피곤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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