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균이가 만든 하루
[제주 33일] 제주 바다 즐기기
"저, 음악 전공하고 싶어요."
뜨악..
설마설마했는데 석균이 뜬금없이 얘기한다.
아직 초6, 어리기도 하고 꿈은 언제고 바뀔 수도 있는 거지만 몇 년째 질리지도 않고 하루 몇 시간씩 꼬박 음악을 듣고 악보를 찾고 악기를 연주하는 저 열정은 이미 다른 전공자들 못지않다.
피아노나 다른 악기를 전공하겠다는 건 아니고 다양한 악기들을 다 알고 싶고 음악도 만들어보고 싶고, 음악에 대해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고 한다.
우선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스스로 알아가고 있음에 또 감사하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악보를 보면 음악이 보인다'라는 책이 있다.
스토리는 하나도 없고 수학 공식 같은 악보에 대한 정보들을 나열한 책을 보며 "너무 재미있어요.", "아하~", "이게 무슨 뜻인지 아세요?"...
혼자 감탄하고 묻고 설명해 주는 석균이를 보며 감동받고 있다.
'나는 언제, 얼마나 저렇게 열정적이었나'
아침 메뉴는 김치리소토다.
김치볶음밥 보다 상균이가 좋아하는 메뉴다.
우유랑 치즈, 버터가 들어가서 매운맛보다는 고소한 맛이 더 강하다.
오늘 하루는 상균이가 계획한 하루.
예상은 했다.
'하루 종일 물놀이 하기'
일산에서부터 매일 수영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기 때문에 이런 날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전 공부 하고 나니 하루종일보다는 오후 내내 물놀이가 되겠다.
나는 나가서 바닷가에서 라면 끓여 먹어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상균이는 번거롭다고 집에서 먹고 나가자고 했다.
그래서 후다닥 먹고 설거지는 석균이가 해줬다.
오후 내내 바다놀이는 생각보다 더 더 즐거웠다.
중간에 비도 한 번씩 내리고 구름도 왔다 갔다 해서 그늘이 졌다가 해가 쨍했다가 했다.
석균이는 바로 앞 카페에서 카페라테도 테이크아웃 해 줬다.
혼자 바다에 들어갔다가 둘이 들어갔다가 셋이 들어갔다가.
책도 읽다가 땅도 파다가 낮잠도 자다가.
평대스낵에서 떡볶이랑 튀김을 사다 먹으려 했는데 오늘은 문을 닫았다.
어쩔 수 없이 옆에 편의점에서 떡볶이랑 핫바를 사다 주니 아들들은 또 감동한다.
감동이 헤픈 것이 엄마 닮았다.
혼자 튜브를 타고 바닷가로 나가 둥둥 떠다니는데 여기가 천국인가 싶었다.
주변에 사람도 없고 바람은 시원하고 둥근 파도가 나를 출렁이게 하고 햇빛은 따뜻하고 눈은 감겼다.
남편한테 한참을 자랑했다.
제주에 와서 나는 처음 물속에 들어갔는데 왜 이제야 들어왔나 싶었다.
추워지기 전에 더 많이 놀아야겠다.
배부르다는 균스형제 이지만 그래도 고기는 먹자며 구웠는데 모자란 눈치다.
햇반 없냐며...
계란찜까지 싹싹 비우고 다 먹고 나니 배는 부르다고 했다.
오늘 계획도 성공이다.
사실 매일매일이 성공이고 즐거운 날이다.
내일은 또 어떤 즐거움이 있을지.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