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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균이가 만든 하루

[제주 32일] 금오름, 연탄돼지불백, 한림 작은 영화관, 햄버거

by 여행하는 SUN

애월에서 집으로 넘어오는 길에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나 수술했어, 두 번이나 했어."라고 했다.

얼마나 놀랬는지...

며칠 전에 통화할 때 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했었는데 디스크가 터져서 응급으로 수술을 했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처음 수술 한 후에 다리가 너무 저리고 힘들어서 사진을 다시 찍어보니 수술부위에 피가 고여서 신경을 누르고 있다며 재수술.

한 번도 힘든데 하루에 두 번 전신마취를 하고 힘들었다는 언니.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엄마도 덩달아 엉엉 울었다 하셨다.

나도 전화받으며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지금은 그래도 정신이 좀 든다는 언니는 그 와중에 내게 전화해서 목소리를 들려줬다.

죽다 살아나서 동생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건지, 지금 너무 아프니 응원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건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막 정신이 든 상태에서 나에게 전화해 준 언니가 그냥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언니, 아프지 말고 얼른 일어나자.

내가 맛난 거 사줄게.




아침은 야채 잔뜩 넣은 볶음밥에 치즈 한 장씩 올려서 간단하게.

오늘은 석균이가 설계한 하루다.

오전 학습이 끝나고 11시에 출발하잖다.

집에서 멀리 한림 쪽으로 간다.


오늘 함께 오른 오름은 '금오름'이다.

'금악오름'이라고도 한다.

지난번 패러글라이딩 하러 갔을 때 정상까지 차를 타고 올랐었는데 그때 올라가는 길이 너무 예쁘다며 다음엔 걸어서 가보고 싶다고 했었다.

오늘 한림 쪽 날씨에 비가 있어서 오를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비 오면 우산 쓰고 걸어도 괜찮겠다 싶어서 갔다.

but.

쨍쨍하다.

햇빛 가리는 용으로 우산을 쓰고 올라갔다.

땀도 많이 났지만 바람도 많이 불어서 오르는 길이 힘들지만은 않았다.

금오름은 정상에서 보는 굼부리가 인상적이다.

호수에 물도 고여있어서 더 멋있어 보였다.

다 내려와서 희망의 숲 길을 또 올랐다.

나는 이 길이 더 좋다.

미국의 어느 등산로에도 '희망의 숲 길'이라는 코스가 있다고 한다. 그 길은 다른 등산로보다 더 짧은 코스인데 희망이 이루어지기까지 더 빨리 닿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상균이가 해 준 얘기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5년 전 연동에 있었던 '소담길'에 가고 싶었는데 없어졌다.

그 맛이 그리워 찾은 연탄돼지불고기.

유명한 연남동식이라는데, 나는 연남동 돼지불고기를 못 먹어봐서 맛을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도 좋고 고기도 먹고 싶은 우리는 주저 없이 들어갔다.

나는 흑돼지불백, 아이들은 특 흑돼지불백.

공깃밥 하나 더 시켜서 싹싹 다 비웠다.

역시 고기는 옳다.


밥을 다 먹었는데 비가 억수로 내린다.

오늘의 메인 코스는 영화 보기다.

집이랑 가까운 곳에서 조조영화를 볼까도 했었는데, 한림에 작은 영화관이 생겼다 해서 가보기로 했다.

상영관은 2개이고 한 관에 좌석이 59개인 정말 작은 영화관이다.

지금은 코로나로 한 상영관 당 29개의 좌석만 예약받는다.

우리는 맨 뒷좌석으로 미리 예약했다.

생각보다 스크린도 꽉 차고 음향도 좋다.

앞에 안내하시는 분도 너무 친절하시다.


영화도 재미있었다.

물론, 억지스러운 장면도 많지만 뭐가 문제겠는가.

어차피 픽션인걸.

나는 푹 빠져서 보고 감정 이입 하고, 슬프고, 기쁘고, 희망을 가지고...

우리가 잘 살고 있음에 감사하고 지금 더 행복하자고 다짐하는 계기도 되었다.


저녁은 빵종류를 먹자는 석균.

햄버거란다.

맥도널드에 가고 싶다는데 그러려면 시내를 관통해야 할 것 같아서 한림에 있는 롯데리아로 갔다.

힝... 맛있다.


집으로 오는 길은 애월 해안도로를 지나서 빠른 길로 가자고 했다.

그렇게 가도 8시는 넘어야 집에 도착한다.

애월해안도로를 들어서자마자 너무 크고 예쁜 무지개가 떴다.

해안도로 끝날 때까지 코너 돌면 바로 눈앞으로 보이는 무지개가 돌아가는 길에 또 하나의 예쁜 추억을 만들어줬다.


내일은 상균이가 설계한 하루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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