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환상적인 제주바다
[제주 37일] 평대리, 안녕~
한동스테이에서의 마지막밤을 보내며...
생각도 많고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많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 시간에 또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으니.
밤에 마당에서 전구를 켜고 있으면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아이들 작은 연주회를 열려고 준비 중이었다.
딱 마지막밤에 하자고.
그런데 천둥번개에 호우주의보가 내렸다.
오늘이 마지막밤이라 더 아쉬운 이유다.
더 예쁜 곳 찾아봐야지!
우리는 내일 성산으로 이사 간다.
냉동실에 얼려뒀던 갈치를 어제 자기 전에 꺼내 놓고 잤더니 일어나 바로 굽기 딱이다.
갈치가 맛있으니 다른 반찬에 손이 잘 안 가더라는.
구좌당근의 매력에 푹 빠진 석균이는 매일 당근 하나씩 거의 혼자 다 먹는다.
매일매요 요거트로 건강한 장 만들어보기.
아이들 오전공부 할 때까지 나는 잤다. 푹.
냉장고 정리하기...
라기보다는 있는 고기는 먹고 가기.
물놀이할 거라 배 단단히 채우고 나간다.
마늘 슬라이스해서 함께 구워 더 맛있게 먹었다.
어떤 고기보다 익숙한 이맛이 정말 좋다는 아이들.
나는 잘 먹는 아이들이 고마울 뿐이다.
카페 '이런 날엔' 앞에 피아노 한 대가 있다.
딱 봐도 인테리어용이라 관리 안 되는 피아노인데 석균이가 올라가서 꼭 보고 싶다고 한다.
저런 분위기에서 피아노 쳐보고 싶다며.
그래서 올라가 봤다.
설치미술 같은 느낌이다.
물이 빠지고 있는 시간에 가서 다시 차기까지 시간이 많다.
그래서 오늘은 자리를 살짝 아래쪽에 잡았다.
후덥지근한 날씨라 자리 잡자마자 물속으로 풍덩.
누가 사진 안 찍어줘서 그냥 혼자 물놀이하는 영상을 찍었는데 딱 내 시점이다.
파도 따라 출렁출렁 너무 좋아~~~!!
간식으로 치킨 시키려 했는데 내가 아는 치킨집들 다 화요일 휴무다.
그래서 하나로마트 가서 이것저것 사 왔다.
하나로마트 앞에 만두가게는 처음 가봤는데, 진작에 올 것을, 만두 짱 맛있다.
모둠으로 20알 사 왔는데 순삭이다.
한라봉 주스랑 커피도 마시고 찹쌀빵도 먹고 집에서 가지고 온 과자들도 먹고.
남편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남겨본다.
"영화야 보고 싶다"
이번엔 라이프가드 입고 입수.
엉덩이에 끈을 매어두니 의자처럼 앉아서 둥둥 뜨고 좋다.
물이 낮아도 파도가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다.
사람도 없고 평화롭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공간이다.
물이 살짝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놀던 모래밭이 작은 섬이 됐다.
상균이랑 앉아서 또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멀리서 석균이가 사진 찍어주며 온다.
이 여름이 끝나가는 바다에 환상 같은 마법이 걸린 것 같다.
집에 와서 씻고 머리 말리며 저녁을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니 상균이가 후다닥 라면을 끓이겠단다.
나와보니 이렇게 세팅까지 끝내놨네.
기특한 넘. 하나를 가르쳐 주면 두 개는 하는 넘.
내 아들이다.
나는 바다 설거지.
상균이는 라면 설거지.
이사 가려면 짐 싸야 하는데...
상균이가 그냥 내일 싸자고 한다.
미루는 거 싫어하는 나지만, 까짓 거 짐 얼마나 된다고.
그냥 내일 쌀 거다~~!!
오늘은 물놀이로 피곤하니 일찍 자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