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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박이 먹으러 성산으로... '일차돌'

[제주 36일] 태풍이 오고 있다

by 여행하는 SUN

"밤사이 화가 나서 한숨도 못 잤어요."

지역 맘카페에 글이 올라왔다.

임신준비를 하는 아내와 거기에 별 반응도 없고 무심한 남편.

아내는 불편한 심기와 속상하다는 글을 썼고 거기에 대한 댓글들은 하나 같이 "남자들은 잘 몰라요. 말을 해야 알지."였다.

좋은 대화란 어떤 걸까?

내가 일상에서 어떤 표현을 해도 상대방은 정말 모르고 있거나 아무 일도 아니게 받아들일 수 있다.

좋은 대화는 내 마음을 이야기해서 상대방을 몰아가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침은 간단하게 국물 많은 계란찜에 밑반찬이랑 먹었다.

요거트에 시리얼 넣어 먹고 후식으로 포도까지 먹었다.

설거지는 석균이가 해줬다.

오전공부하고 오후엔 쿠폰 쓰러 나가기.


제주 쪽으로 태풍 '오마이스'가 올라오고 있다.

오전엔 해도 잠깐 났었는데 오후가 되니 바람도 세지고 비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내 생일에 은아언니가 줬던 케이크 쿠폰이 있다.

제주 내려와서 투썸플레이스 갈 일이 없었는데 찾아보니 성산점이 있었다.

종달리해변 끝쯤에 있는데 매장이 살짝 외지고 작지 않아서 오후는 여기로 픽.

역시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다.

우리는 1인 1 음료에 1 디저트까지.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아이들은 밖에 잠시 탐험도 다녀왔다.

계속 앉아 있으니 성산일출봉이 보였다가 비에 가려졌다 한다.

오늘밤엔 비가 정말 많이 오려나 보다.


점심 디저트가 달고 느끼한 것이 고기가 당긴다.

근처 성산에는 맛집이 정말 많다.

우리는 모든 고기를 사랑하지만 내가 차돌박이를 정말 좋아한다.

물론 아이들도 메뉴 보여주자마자 엄지 척했다.

그래서 선택한 '일차돌'.

평이 오락가락 하지만 일관된 음식 칭찬.

맛있으면 장땡이라는 마음으로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일단 차돌박이 3인분에 공깃밥 2개, 오래 걸린다는 쫄면으로 시작.

초밥은 서비스로 나왔다.

힝... 진짜 맛있다.

"엄마, 쫄면이 보통이 아닌데요!"

석균이 말했다.

상균이 차돌된장찌개에 밥 하나 추가.

고기 3인분 추가.

추가하니 초밥 하나 또 서비스로 주신다.

밥 또 하나 추가.

허허.

상균이 밥 하나 더 시켜 달라는 걸 잘 타일렀다.

그만 먹자고.

이런 5만 4천 원의 행복이라니.


주인아주머니는 머리를 한쪽으로 땋아 내린 소녀 같은 모습으로 웃으며 친절하게 서비스 주시는데 너무 좋다.

일단 고기가 맛있었고, 기본적으로 반찬을 만들어 내시는 음식솜씨가 이미 만렙이다.

성산으로 이사 오면 또 올 거다.


집에 들렀다 다시 드라이브를 나갔다.

바람도 많이 불고 비도 오는데 물속에 사람들이 있어서 잠시 구경도 했다.

바람이 너무 세서 청바지 다 젖고 바로 차로 돌아와야 했다.

월정리 쪽으로 내려가니 정말 사람이 하나도 없다.

해수욕장 바깥까지 이렇게 사람 없는 모습은 처음 봤다.

돌아오는 길에 아무도 없는 길 가에 차를 세우고 잠시 바다를 보기로 했다.

석균이의 신청곡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 OST '가끔은 옛날이야기를'을 크게 켰다.

선루프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와 함께 들으니 또 간질간질 뭉클뭉클하다.

나중에 아이들이 더 커서 오늘을 이야기하길.

엄마 마음이 너희의 마음이 되길...


자러 들어간 아이들이 이런 건 사진을 찍어야겠다며 핸드폰을 빌려갔다.

자려고 누웠는데 2층 창밖으로 계속 번쩍번쩍 번개가 친다며.


오늘밤 진짜 대단하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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