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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원픽 보말칼국수 '옥돔식당'

[제주 35일] 내가 누리는 세상에 또 한 번 감사하며

by 여행하는 SUN

매일매일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고 지금 먹을 게 없어 걱정인 사람들이 있다.

종교적 탄압과 내전으로 인해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있고, 당장 내일의 고민에 오늘 하루 가는 게 무서울 사람도 있다.

나는 내가 누리고 있는 세상에 또 한 번 감사하다.




어제 장 봐온 걸로 대충 고기 좀 굽고... 야채 좀 썰어서 아침 먹었다. 잘 먹고 산다.

요거트에 시리얼 조금씩 넣어 먹으며 원카드.

설거지 내기인데... 거의 100% 상균이가 꼴찌 한다.

그래서 설거지는 상균이 석균이는 축하 세레머니.


오늘도 비가 하루종일 예보된 중이라 우산 쓰고도 걸을 만한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좀 멀지만 몇 년 전에 제주 왔을 때 상균이가 제일 인상 깊었다던 외돌개랑 황우지해안 사이의 돌 전망대가 있다.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로 황우지해안 선녀탕이 폐쇄되어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비도 많이 와서 한적하게 산책할 수 있었다.


사실 서귀포까지 넘어 온건 내 사심 가득한 '옥돔식당'때문이다.

보말칼국수 먹으러.

점심장사만 하는 곳이라 전화하니 2시 반까지는 와야 한단다.

우리는 4분 전에 도착.

우리 들어오고 얼마 안돼서 입구 문 닫으시더라는...

이 메뉴는 남편이랑이나 먹을까, 아이들이 좋아할 메뉴는 아니다.

그래도 그냥 "면좋아하는 상균아, 칼국수야~"하고 갔다.

한 그릇 다 먹고 싶은 욕심에 3인분 주문.

덕분에 보말이랑 전복 원 없이 먹었다.

애들 거 다 내가 먹었다.

다 먹고 "이 칼국수는 제 스타일은 아니네요."라고 말하는 상균.

그래도 잘 먹어줘서 고마워.


전시회가 고팠던 요즘.

의미 있는 전시가 있어서 갔다.

포도뮤지엄에서 하는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제주전'이다.

전시에서 주는 메시지가 계속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나의 오해와 편견, 혐오의 말들.

패닉 부스는 선정적인 장면이 많아서 임산부와 노약자 그리고 어린이는 입장을 권하지 않고 있다.

대규모 학살, 테러 그리고 전쟁 같은 비극과 폭력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순간 나는 울어버렸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과 철책에 갇혀있던 아이들.

바이러스와의 전쟁과 탈레반 내전.

과거의 영상이면서 현대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가 사랑한 화가들'이란 책에서 봤던 콜비츠의 작품도 전시되고 있다.

책에서 봤던 작가라 그런지 알고 보는 스토리도 인상적이다.

균스형제에게 직접 설명도 해주고 오디오 도슨트의 설명도 들어가며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질 때 들어가서인지 사람도 별로 없었고 우리 나올 때는 비도 그쳐있었다.

전쟁에서 죽은 아들의 의미를 찾으려 애썼던 엄마, 예술가.

전쟁에 맞서고 평화를 외치던 예술가, 엄마.

봄이 왔다고 했는데, 어찌 우리는 계속 전쟁 중인 느낌이다.


점심때 보말 칼국수 먹인 보답으로 저녁은 미국식 핫도그다.

'핫마마'는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지만 우리는 비 오는 애매한 시간에 간다.

홀도 넓고 좌석도 여유롭다.

우리까지 3팀 있다.

오리지널 핫마마 2개, 칠리핫도그 1개, 감자튀김, 코울슬로, 음료 2개 시켰는데 너무 맛있다.

아이들을 위해 치즈핫도그랑 감자튀김 추가.

늦은 점심에 이른 저녁으로 배가 빵빵해졌다.


집으로 그냥 가도 8시는 넘을 테지만 여기까지 와서 송악산, 산방산도 못 가고 돌아가려니 여간 서운한 게 아니다.

그냥 산방산 밑에 까지라도 갔다가 가자고 해서 주차장 찍고 바람 한 번 쒜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석균이는 차에서 잠이 들었다.

내가 졸려할까 봐 상균이는 보조석에 앉아서 계속 뭐라 뭐라 말을 건다.

상식문제도 내주고 여행 얘기도 하고, 인생 얘기도 했다.

이런 사소한 대화들에 우리는 또 조금 서로를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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