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38일] 성산, 반가워~
내 주변에 제일 부러운 사람,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상균 : 피아노 잘 치는 사람? 뭐, 딱히 없어요.
석균 : 나도 딱히...
남편 : 우리?
나도 가만히 생각해 본다.
우... 리...?
잘 살고 있네. 우리.
냉동실에 있던 모닝빵을 꺼내 반으로 잘라 치즈를 넣어 데우고 숯불향 나는 소시지도 굽고, 스크램블도 해서 아침을 먹었다.
이삿짐을 싸야 해서 간단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커피까지 다 챙겨 먹었다.
정리를 끝내고 사진을 찍어본다.
한동스테이, 즐겁게 잘 지내다 간다.
매번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보며 들어가길 포기했던 얌얌돈까스는 마지막 길에 들어갈 수 있었다.
11시 반쯤 가서 빈자리들이 좀 있었다.
계속 밀려오는 주문.
여기 지역맛집이 확실하다.
나는 막국수, 아이들은 흑돼지돈가스.
맛도 있고 양이 정말 많다.
포장 나가는 거 보니 덮게가 다 안 닫힌다.
미루고 미루던 미용실도 이삿날에야 갔다.
동네 1인미용실 '오서윤 헤어'.
지난번에 예약했다가 멀리 나가는 바람에 취소했는데 시간이 딱 맞았다.
둘 다 모자 벗은 기분이다.
40일 만의 이발이라니.
우리 상균이는 군대 가야겠다.
빌렸던 책들을 다 반납하고 이제 우리는 성산으로 간다.
냉장고에 있던 짐이 한가득인데 체크인하기에 시간이 너무 이르다.
양해를 구하고 청소 중인 방에 냉장고만 미리 채워뒀다.
집 바로 앞에 애플망고빙수로 유명한 카페 '아뽀밍고'에 잠시 들러 쉬어 본다.
창 밖으로 성산일출봉이 바로 보이고 비 오는 바다 파도소리가 가깝게 들리기까지 한다.
빙수는 또 어떤가.
금액은 사악하지만 제주 애플망고 가격을 알기 때문에 그냥 맛있게 먹는다.
맛은 정말 좋다.
위에 망고들만 골라 먹고, 따로 나온 토핑들을 부어 비벼먹었다.
내가 이렇게 맛있으면 균스형제는 말할 것도 없다.
내가 커피 한잔 더 마시는 동안 둘은 잠시 바다산책을 나갔다.
창밖으로 상균이가 왔다 갔다 한다.
성산에 있는 동안 읽을 책들은 성산일출도서관에서 빌러 왔다.
집이랑도 가깝고 분위기도 좋다.
밖에서 모습이 치앙마이도서관이랑 닮아서 기분이 옛날 생각도 났다.
남은 기간 동안 우리가 지내게 될 리치유클래시아.
뷰깡패다.
아뽀밍고보다 뷰가 더 좋다.
거실에서 보이는 꽉 찬 성산일출봉.
1.5룸이라 아이들 자는 게 불편할까 봐 걱정했는데 한동스테이에서 한 침대에 둘이 자다가 여기에서는 요 두 개로 나눠 깔아주니 바닥이지만 더 편하게 잘 수 있겠다.
하나 있는 침대는 내 거다.
건물도 새 거고 청소도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나는 하던 살림 이어하면 되겠다.
배는 안 고팠지만 저녁은 먹어야겠고,
오늘 한 일이 많다 보니 몸은 지치고..
간단하게 하나로마트성산점에서 휴지 같은 생활용품을 사서 집 1층에 있는 치킨집으로 들어갔다.
'지코바치킨'.
일산에 있을 때 동네 엄마들이 칭찬해 주던 치킨이다.
그러나 매운 메뉴가 맛있다고 해서 못 시켜 먹던 치킨.
여기에서 먹었다.
양념이랑 소금구이랑 반반 시켜서 먹었는데 진짜 맛있다.
요즘 떡볶이가 먹고 싶었는데 떡도 같이 들어있어서 구운 떡볶이 먹는 느낌도 있고 너무 좋다.
밥이랑 먹으면 어울릴 것 같다고 해서 두 그릇 시켰는데 또 고봉밥을 본다.
이런 밥인심 너무 좋다.
상균이가 살짝 더 먹고 싶은 눈친데 반마리는 안된다고 한다.
아쉬움을 남겨두고 (또 먹자는 다짐을 하며) 차에 남은 짐들을 열심히 옮겼다.
역시 이사는 힘들다.
균스형제 씻는 동안 대충 짐을 정리하고,
나도 씻고 나오니 아이들이 예쁜 모습을 보여준다.
각자 맘에 드는 자리에서 책을 읽고 있다.
이렇게 편안하고 기분 좋게 첫날밤을 보내 보자.
첫날밤은 언제나 설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