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릉 해변의 발견

[제주 41일] 광치기 해변의 일출은 옳다.

by 여행하는 SUN

오늘 아침에는 소란스러운 일들이 많았었다며 전화해서 이야기하는 언니.

언니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하고 퇴원해서 친정집에서 잠시 요양 중이다.

엄마는 언니가 예쁘다며 얼굴을 쓰다듬으셨다는데 엄마의 거친 손에 언니 얼굴에 작은 상처가 났다고 한다.

워낙 하얀 얼굴에다 발갛게 지금까지 표시가 난다며 언니는 나에게 일러바치듯 이야기했다.

"이렇게 된 거 엄마 네일아트라도 해 드려라!! "

나는 웃으며 엄마 편을 들어본다.

아마 엄청 미안해하셨을 거다.

우리 엄마는 뭐 하시느라 또 손이 저리 거칠어지셨는지...

힘든 거, 거친 거, 이제는 하지 말라니까.





너무 뻔한 섬에서의 아침에는 파도소리와 새소리와 바람느낌이 있다.

한 달 넘게 있으면서도 이런 여유는 많지 않았다.

오늘은 설렁설렁 걸으며,

소리도 바람도 오롯이 느끼며 사랑하는 사람과 즐거운 이야기를 했다.

새벽 4시 넘어 눈이 떠졌는데 일출봉에 오르려니 오전에 비소식이 있었다.

그냥 광치기해변 쪽으로 산책이나 가야겠다 싶어 남편을 깨우니 가뿐하게 일어나 준다.

해변 입구에서 부터 거세게 들리는 파도 소리가 너무 시원하고 기분을 좋아지게 했다.

걷고 걷고 걷다 보니 성산일출봉 옆으로 해가 뜬다.

수평선에 구름이 없어서 너무 예쁘고 말갛게 떠오른 태양.

여기서 이렇게 보려고 일출봉에 안 올라간 거구나...

물때도 잘 맞아서 광치기해변이 더 빛이 난다.

우린 이 길로 계속 걷고 싶었다.

남편이 급똥이 마렵기 전까지...

딱 그즈음에서 발길을 돌려 집으로 왔는데 오는 길은 땡볕이었다.

버스라도 잡아타고 올걸 그랬나... 집에 오니 완전히 지쳤다.


아침은 그나마 힘이 남은 남편이 해줬다.

어제 사온 고기를 굽고, 볶음면에 고둥도 삶아두기로 했다.

어제 상균이가 잡은 새우랑 작은 물고기들도 있다.

맘은 집에서 좀 쉬다가 나가고 싶은데 늘어지기엔 시간이 아까운 마음도 들었다.


우리는 협재로 가기로 했다.

성산서 협재까지 1시간 반 거리지만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남편의 속 샘도 있는 곳이다.

중산간 도로를 달리는데 도로가 너무 예쁘다.

송당을 지나 오름들이 많은 도로는 이국적이지만 편안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나에겐 너무 익숙한 새별오름도 보였다.

남편의 속 샘은 비양도까지 수영해서 가는 거였다.

하지만 여기저기 부표가 떠있고 안전요원들은 부표 안으로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불법, 편법이 싫은 상균이가 이건 아니라고 했다.

남편도 배들이 지나다니는 걸 보고 속 샘은 일단 접었다.


그래도 수영하기에 협재해수욕장이나 금릉해수욕장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요즘 사람 많은 곳은 아예 가지 않고 있어서 다른 곳을 물색했다.

금릉 저~~ 안쪽 끝에 적당한 곳을 찾았다.

사람도 없고 물색도 예뻐서 딱이었다.

평대 쪽보다 수영할 수 있는 거리도 좋아서 남편은 맘에 든다 했다.

오늘 수영이 별로인 석균이를 위해 엄마는 석균이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카페 파라토도스'

뷰도 너무 좋은 게 남편이랑 상균이 노는 게 딱 보였다.

나는 커피, 석균이는 플레인요구르트스무디, 레몬케이크 한 조각.

생크림 이빠이 올려주신다.

한 시간 동안 수영을 하고 책을 읽고, 서로의 시간을 가지고 다시 만났다.

점심도 안 먹고 놀아서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맛집을 찾아 헤매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황금 가마솥밥'이다.

석균이는 황금에 꽂히고 남편은 가마솥밥에 꽂혔다.

고등어구이 2인분, 갈치조림 2인분, 공깃밥 추가 2개.

가마솥밥이 4개 나왔는데 나중에 누룽지는 내가 2개 먹었다.

상균이야 워낙에 고등어를 좋아하지만 밑반찬도 오늘은 한몫했다.

간장게장이 너무 맛있다는 상균이.

진짜 밥도둑이다.

랑 남편은 갈치조림이다.

내가 아는 진짜 맛있는 갈치조림 맛이다.

양도 많다.

갈치도 많은데 무랑 감자도 들어있어서 살 발라 국물이랑 함께 비벼먹으니 너무 좋다.

재연식당서 사 먹었던 '통마늘&넛츠베리'가 여기에도 있다.

이사하는 날 사 오려 했었는데 깜빡한걸... 여기에서 사게 될 줄이야.

반갑다, 반가워.


곽지해수욕장에서 애월까지 가는 길은 추억의 길이다.

벌써 5년 전이지만 두 달을 애월에 살면서 엄청 자주 다녔던 길이다.

그중에 하나로마트애월본점은 장 보러 참 많이 다녔다.

석균이가 아빠랑 망고아이스크림 먹었던 추억을 소환해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 먹었다.

구엄초를 지나 아고집을 지나...

이제 다시 성산집으로 출발.


성산에 거의 다 도착하니 해 질 시간이 가까워 왔다.

그냥 집으로 가기는 조금 아쉬워서 '대수산봉'에 오르기로 했다.

집이랑 가까운 오름이기도 하고 성산이랑 섭지코지까지 조망이 가능하다고 해서 올라 봤다.

오르는 길은 정비가 잘 되어있어서 어렵지 않았는데 여기는 일몰뷰가 없다.

그래도 일출봉이랑 우도까지 시원하게 보이긴 했다.

정상에 묘가 많아서...

그냥 산책한 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내려와서 성산하나로마트본점에서 간단하게 장을 봤다.

계란이랑 두부, 우유, 고기 같은 기본적인 걸로다가.

저녁 먹고 싶은 생각은 1도 없었는데 또 저녁을 준비하는 신랑.

나는 우도막걸리 두 잔에 밥 한 공기에 고둥도 한 그릇은 까먹었다.

하...

인생은 생각한 거랑은 다르다.

밥맛도 생각한 거랑은 다르다.


오늘은 하루가 정말~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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