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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제주 44일] 프라이빗 제주 고기맛집 '단백'
by
여행하는 SUN
May 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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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일산 가면 어떤 걸 제일 하고 싶어요?"
석균이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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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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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잠만 잘까?"
긴 여행은 쉬는 날도 있고 힘들고 지치는 날도 있지만 쉼 속에서도 긴장을 완전히 풀 수는 없다.
나는 아직 미성년인 아들들의 엄마이기도 해서 보호자로서의 의무감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있는 동안 그 의무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평소보다 더 활기찬 여행으로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훨씬 여유로운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진짜 우리 집으로 돌아간다.
제주도에는 살아보려 온 여행이었지만
일산에서는 여행 같은 삶을 살아보려 한다.
성산에 왔으면 일출봉에는 올라야 한다며 일찍 일어나면 아들들과 다녀오겠다던 남편.
일어나서 조용히 상균이를 데리고 나갔으나...
쿵 닫히는 문소리에 내가 깼다는..ㅎㅎ
석균이는 너무 졸리다며 그냥 더 잤고, 잠에서 깬 나는 아침식사 준비하며 일출을 거실에서 봤다.
남편이 보내준 사진도 상쾌하고 멋있었지만 우리 집 일출뷰도 장난 아니다.
본격적인 냉장고 비우기 타임.
남은갈치, 끝.
남은 마지막 김치는 너무 셔서 볶음김치.
(내일 아침까지 먹으면 딱 맞을 듯하다.)
해감한 조개도 다 넣고 끓이기.
(국물도 맛있는데, 조개 너무 맛있다. 내가 거의 다 먹었다.)
한라산 등반 때 먹으려 샀던 오이도 다 먹고 당근도 작은 거 하나 남았다.
계란 두 알 남은 것도 내일 아침 볶음갑에 넣을 거고..
진짜 거의 다 비웠다.
남편은 지인 만나서 점심 먹기로 했다 해서 사무실 앞까지 데려다줬다.
커피 여러 잔 사면서 내 것도 하나 챙겨 마심.
점심 먹고 아뽀밍고라며 사진을 한 장 보내왔다.
사무실 여직원들이 꼭 망고주스 마시라고 했다며...
연인들도 아니고... 중년 남자 둘이서.
상상만 해도 너무 웃음이 나온다.
우리는 파스타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성산도 거기가 거기라 고성시장 쪽 아니면 일출봉 근처에 맛집이 모여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일출봉 근처 '시안'으로 갔다.
파스타 2개랑 볶음밥으로 적당히 먹기로 했다.
5시에 고깃집을 예약해 놓았기 때문이다.
식사는 적당히 분위기도 좋고 뷰도 좋고 맛도 좋았다.
특히 전복새우볶음밥은 내가 아는 그 맛인데 정말 맛있었다.
3개다 양이 많은 편은 아닌데 그래서 오늘은 딱 좋았다.
남편이 아뽀밍고에서 시안까지 걸어왔다.
균스형제는 조금 쉬고 짐정리도 한다고 해서 집으로 데려다주고 남편이랑 성산일출도서관으로 책 반납하러 다녀왔다.
간 김에 제주민속에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한 권 거의 다 읽고 나왔다.
며칠 전부터 계속 예약하려고 했는데 실패한 고깃집 '단백'.
테이블도 몇 자리 없어서 예약하기가 조금 힘들다.
우리는 점심시간에 가서 5시 오픈하자마자 오는 걸로 예약했었다.
단백은 단백질의 단백이라고 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주인장이 고기도 살코기위주로, 감자샐러드도 계란을 많이 넣어 만들었다고 한다.
고기는 말이 필요 없다.
조금 일찍 알았다면 몇 번 더 왔을 거다.
우리가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고 하니 사장님도 아쉬워하신다. SNS이벤트도 있는데... 우린 패스.
바쁜 와중에 제주까지 내려와 가게 차린 얘기까지 살갑게 응대해 주신 사장님 최고다.
옆테이블 혼자 오신 여자 고객님.
남편이 청양고추 하나 건네주고 후식으로 나오는 파인애플 얻어먹었다. ㅎㅎ
역시 함께 사는 세상이다.
고기 넉넉하게 주신 사장님 덕에 배가 너무 부르다.
오늘밤 이번여행 마지막 광치기 해변을 함께 걸었다.
먹을 거 얘기하다 아빠를 꽉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뜬금없는 석균이.
그런 행동이 너무 예뻐 웃음이 가시지 않는 아빠.
그 모습을 사진 찍으며 흐뭇한 나.
노을이 지고 하늘이 예뻐지니 아이들 말하는 톤도 올라간다.
이런 곳이 우리 집 코앞이라니...
역시 제주 아니면 못할 일이다.
집에 와서 씻기 전에 대충 짐 싸기.
큰 짐들은 남자들이 미리 차에 가져다 두고 내일은 냉장고랑 욕실만 비워 나가면 된다.
역시 이사는 너무 힘들다.
배가 너무 불러서 못 먹을 줄 알았지만 제주의 마지막 밤이니까..
지코바 치킨 전화주문하고 바로 찾아와서 순식간에 또 다 먹었다.
이제 정말 자고 나면 집으로 간다.
기분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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