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부모님이 없는 그런 날.
17.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친정 엄마, 아빠가 없는 그날.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없는 그날.
우리에게 부모님이 없는 그날.
2017년 12월 27일. 아들들 피아노 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 학원 차에 자리가 없어서 못 탔어요. 우리 그냥 걸어가도 될까요?”
오늘도 나는 오전부터 내내 아버님 병상을 지키고 있었다. 피아노 학원은 병원 바로 뒤쪽에 있고 집에 가려면 아이들이 큰길을 건너야 한다. 요즘 간식도 잘 못 챙겨주고 이야기도 많이 못 들어준 게 미안해서 병원 앞 붕어빵 가게로 나오라고 했다. 붕어빵 먹으며 집까지 바래다주는 짧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슈크림 붕어빵 2개랑 팥붕어빵 3개 주세요.”
붕어빵 이천 원어 치면 아이들이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그걸 매번 못해주고 있었다.
“엄마도 똑같이 하나씩 먹어봐야지! 엄마만 팥들은 거 하나 먹으려고요? 하나 더 줄 테니 각자 두 개씩 먹어요.”
붕어빵 아주머니는 기분 좋게 슈크림 붕어빵 하나를 더 주셨다. 우리는 못 한 이야기가 그렇게나 많았는지 집에 도착하도록 시끄럽게 깔깔거렸다.
집에 도착해서 5분도 되지 않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방금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버지 혈압이 자꾸 떨어진다네.”
오늘은 아버님 컨디션이 좋았었다. 하지만 요즘 계속 상태가 안 좋아서 하루에 두 번씩 콜을 받고 있어서 인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평소에는 걸어 다니는 길인데 마음이 급해서 운전을 하고 병원으로 갔다. 주차장 차단기가 올라가고 2층으로 가려는데 차가 아래위로 완전히 엉켜 있다. 마음은 급한데 여기 병원을 두 달 가까이 다니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주차 안내하시는 분도 어쩔 줄 몰라하는 상황.
“아저씨, 저 중환자실에서 콜 왔어요. 너무 급해요.”
그렁그렁한 눈에 다급함이 묻어 있었는지 한 층만 올라가 길가에 그냥 주차하고 들어가라고 일러 주셨다.
병실에 들어서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몸은 떨리고 벌써부터 눈물은 흐르고 있었다. 혈압은 이미 20까지 떨어져 있고 거칠던 숨소리도 들릴락 말락 했다. ‘아, 왜요, 갑자기 이러시는 게 어딨어요.’
“아빠, 미안해요. 아, 아빠 미안해요. 내가 나가지 말 걸. 아, 아빠 미안해요!”
아버님 얼굴을 쓸어내리는데 감은 눈에 눈물이 흘렀다. ‘내가 잠깐 아이들과 큰소리로 깔깔대고 있을 때 아버님은 생과 사를 오가며 누군가를 기다리셨겠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만 자꾸 올라왔다.
“됐다, 그만해요. 그만큼 했으면 됐어. 아무도 그만큼 못 해. 아버지 힘드셨으니까 그만 보내드리자. 오늘 가도 아깝고 한 달 뒤에 가도 아까운 게 사람 목숨이지. 이제 보내 드리자.”
간병인 아주머니가 나를 들어 일으켰다.
“사망선고 하겠습니다. 2017년 12월 27일 15시 40분 이하준 씨 사망하셨습니다. 보호자분 잠시 옆에 계시면 주사 라인이랑 주변들, 간호사분들이 정리해 주실 겁니다.”
“아니요, 잠깐만요. 아들이 오고 있어요. 잠시만요, 잠시만요……”
남편이 오는 중인걸 알고 있었고 아버님 마지막 모습을 남편 없이 혼자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날씨도 좋았던 12월 한 겨울에 언제나 옆에 계실 것 같았던 아버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
18.
06:05 한라산 등반 시작. (성판악코스)
파이팅!!
07:40 속밭대피소. 간식 먹기.
09:40 진달래대피소. 약간의 오르막길 시작.
석균이 한번 넘어지고 힘든 내색 여전하지만 너무 잘 따라와 주는 아이들이 정말 대견하다.
11:50 한라산 백록담
서두르지 않고 쉬어가며 다치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얼음물도 서로에게 배려하며, 가족애 돋는 오늘.
아침 4시 알람소리에 일어나 4시 반에 온 가족이 아침식사를 하고 성판악 매표소로 갔다.
한라산은 무료로 들어가지만 주차이용료는 1,800원.
새벽 6시 5분 등반을 시작해 오후 6시 20분 하산했다.
중간에 간식도 먹고 점심도 먹었다.
갈 때는 힘들지만 쉬기도 하고 서로 응원하며 올랐다,.
내려올 때는 쉬지도 않았는데 더 오래 걸리고 더 빨리 지쳤다..
균스형제는 돌계단을 너무 어려워했다.
등산화도 아니고 일반 운동화로 돌길을 걷는 게 사실 어른인 나도 힘들었다.
집에 와서 보니 나는 발가락 사이에 2개의 물집이 잡혀 있었고 상균이도 3개의 물집이 잡혀 있었다.
왕복 19.2km의 거리를 장장 12시간 20분에 걸쳐 무사히 완주한 우리 모두가 너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