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 SUN Jan 21. 2023

21. 토요일에만 열리는 정글 속 베이커리

치앙마이 살아보기 17일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토요일에 열리는 나나정글베이커리에 갔다.

누구는 6시 반에도 일어나 간다지만 아이들이 있는 나는 그냥 오픈시간에 맞춰갔다.

그래서 대기번호도 H이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에도 볼거리나 먹거리가 많아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도넛에 김밥에 과자에 신선한 우유, 무료로 나눠주는 커피도 마셨다.

기다리는 동안 너무 많이 먹어서 입장해서 산 빵은 하나도 안 먹고 들고 왔다.     

나나정글베이커리에서 제일 맛있었던 건, 

기다리는 동안 사 먹은 바로 튀겨 나온 연유 듬뿍 찍어 먹은 도넛이었다.

그거 먹으러 또 나나정글 갈지도 모른다. 

빵이 진열된 곳에서는 사람들에 밀려서 따라가니 보이는 빵을 계속 담게 된다는 함정이 있었다.

나는 지인들 나눠줄 생각에 조금씩 더 담았다.     


돌아와 콘도 보안아저씨들 한테도 유명하다는 크로와상 조금 가져다 드리고,

늦잠 자서 포기했다는 현정씨네도 조금 나눠주고 에너지 비축하러 다시 방으로 올라왔다.

아침부터 너무 니글니글하게 달렸더니 속이 말이 아니다.

매운 거 엄청 먹고 싶고, 국물에 밥 말아먹고 싶고... 

그래서 점심은 김치찌개 끓였다.

빰빠라~~~~!!!!

친정엄마가 주신 고춧가루가 엄청 매워서 김치도 자체도 맵다.

덜 익은 김치라 식초를 조금 넣고 쌀뜨물에 참치캔도 뜯어 넣고 고춧가루도 더 넣어 찌개를 끓였다.     

집에서 먹는 오리지널 신김치찌개는 아니지만, 민주랑 나는 정말 맛나게 먹었다.     

언니가 보내준 김이랑 없는 반찬이지만 집밥의 느낌이 난다.

    

원카드 설거지 내기는 석균이 당첨이다.

원카드 망고사러가기도 있었는데, 석균이 지갑 잃어버린걸 이제 알았다.

그제 저녁에 잃어버린 듯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찾아보다가 헬스장에 놓고 온 게 기억이 났단다.

로비에 물어보니 지갑이 있다.

하지만 돈은 없다.

동전은 있고 지폐만 빼갔다.     

일주일에 300밧씩 용돈을 주고 사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쓰고 있었다.

300밧이면 거금은 아니지만, 지갑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가족사진이랑 기념이 되는 카드들이 들어 있다.     

한번 잃어버려 봤으니, 이제 좀 소중하게 다뤄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집 앞에서 킬로당 25밧짜리 망고를 2킬로 사 왔다.

오늘은 올드시티에 들어가 사원들 투어하고 토요마켓에 가기로 했는데, 다들 집에 있고 싶은 분위기다.    

그래서 아이들은 1일 1 수영하고, 민주랑 나는 마사지받으러 갔다.

자주 받으니 너무 좋다.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서 자리가 부족하단다.

일단 내가 마사지 먼저 받고, 민주는 지난번에 안 받은 패디.    

민주가 마사지받는 동안에 나는 럭키치킨에 가서 치킨을 포장해 왔다.

혼자 돌아오는 길에 못 참고 꼬치에 끼워 혼자 맛을 봤다.

또 먹으면 집에 가기도 전에 혼자 다 먹을 것 같아서 과감하게 마음 접고 주변 풍경을 살폈다.     

어두침침한 듯하면서도 정리가 되어있고

허름하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지나다 눈 마주친 꼬치집 아저씨는 눈인사 찡끗 해주신다.     

사방 둘러봐도 아무것도 익숙하지 않은 동네인데 나는 뭐가 이리도 좋아서 싱글벙글인 지.

나는 아무래도 이방인의 이런 느낌이 좋은가보다.


두 시간도 넘게 걸려 돌아왔는데 그때까지 수영중인 아들들.     

닭 먹자고 꼬드겨 물에서 건져냈다.

상균이 입술이 퍼레지도록 놀고 있었다.    

오늘따라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 많았다고 말하는 상균이, 물놀이가 즐거웠나 보다.     

치킨은.. 정말 빨리.. 사. 라. 졌. 다.

아이들은 밥도 한 그릇씩 먹고 민주랑 나는 남은 김치찌개로 김치죽 만들어 먹었다.

빨래하러 다 같이 나와서 1일 1 아이스크림도 실천했다.

아이들은 즐거운 때면 두 손을 꼭 잡고 걷는다.

민주가 사진 찍어 내게 보내줬다.

별거 안 하는 오늘이지만

맘도 편하고 배도 부르고

수건도 뽀송하다.

그냥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20. 치앙마이 산티탐 맛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