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살아보기 21일
아침 일찍 먹고 Otteri 세탁 갈 준비를 하는데, 빨래가 너무 많다.
집에 있는 모든 섬유들이 빨래통에 있나 보다.
내친김에 쿠션커버들까지 다 벗겨 빨았다.
오늘은 수요일이라 할인되는 날이기도 해서 '세탁할 결심'.
건조기 돌리고 편의점에서 음료수 두 개를 사 왔다.
민주는 100프로 오렌지인 줄 알고 사 왔다는데 음료에서 해열제 맛이 난단다.
알고 보니 10프로짜리다.
시장에 들러서 망고 2킬로 사고 민주 집에 들고 갈 선물들도 사 왔다.
민주는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아이들은 오전 공부 다 마치고 방학생활도 다 보고, 망고 먹고 잠시 휴식시간.
오늘날이 너무 뜨겁다.
세탁하고 잠시 장 보는 동안 더위에 지쳐버렸다.
오늘 그랜드캐년에 가려고 했었는데 못 가겠다.
민주가 아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민주도 힘들어서 못 가겠단다.
그래도 뭔가 해야 할 듯해서 먹고 싶은 거 먹으러 가기로 했다.
짜장면을 먹으러 가야겠다.
지난번 boon카페에서 만났던 한국분이 한국형 중국집을 하신 다했던 게 기억났다.
핑강 근처에 있는 고담이다.
집에 차도 있겠다, 까짓 20분 아무것도 아니다.
짜장면 세 그릇에 짬뽕 한 그릇, 탕수육 하나.
태국 사이즈 생각해서 제일 큰 사이즈로 주문 완료.
주문하지도 않은 김밥이 한 줄 나왔다.
8월 이벤트로 매주 수요일 김밥이 무료라고 했다.
딱 네 등분해서 먹었다.
김밥은 양보할 수 없다.
그리고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는데, 예전에 방콕 동대문에서 떡볶이 3인분 시켰던 게 생각났다.
우리나라 돈으로 1인분에 만원가까이 하던 그 떡볶이는 양이 어미어마 했었다.
짜장면이며 모든 음식들이 곱빼기보다 양이 많았다.
맛은 한국서 먹던 그 짜장면 맛이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
많이 남을 줄 알았는데 짬뽕 빼고 다 먹었다.
그랜드캐년에 가지는 않았지만 민주에게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서 찾은 푸핀도이.
그랜드캐년에 갔다가 가려고 했던 곳이지만 그냥 올라갔다.
산 정상 쪽에 있어서 풍경이 너무 근사했다.
가만히 앉아 있으니 선풍기 바람과 간혹 부는 바람에 더위가 사그라들었다.
망고를 곁들인 아이스크림이랑 아이스라테를 마셨는데 둘 다 soso.
아이스크림은 드라이아이스쇼를 아이들이 좋아했다.
오늘은 1일 2 망고다.
남은 망고 다 잘라서 아이들 수영하는데 가지고 갔다.
5시 넘어 시작한 수영이라 끝날 때쯤엔 어두워져 버렸다.
이제 집에 갈 짐을 싸고 있는 민주.
긴 시간인 것도 같은데 너무 짧았던 열흘이다.
조카랑 또 언제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살짝 울컥하는 마음도 든다.
자꾸 "엄마가, 엄마가..."하고 말이 나오는 게 꼭 내가 민주 엄마가 됐었던 것도 같다.
이제 다 컸으니 이모 딸 하자는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괜히 어른인 척 인생은 이런 거고, 이럴 땐 이렇고 저럴 땐 저렇고 하는 말들을 하다가..
결론은 '인생 별거 없다'이다.
지금 행복해야 계속 행복할 수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