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살아보기 32일
어제저녁부터 예약되어 있던 참치마요 덮밥.
양파며 계란이며 재료가 있으니 훨씬 깊은 맛이 난다.
오늘은 읽다 만 책을 다 읽고 싶은 마음에 더 일찍 시작했다.
날이 너무 쾌청해서 걸음걸음이 경쾌하다.
낡은 건물들도 예뻐 보이는 마법의 날씨다.
내가 오전동안 책을 보기로 정한 곳은 Akha Ama Coffee.
커피 맛이 내 입에 딱이고 분위기도 자유롭다.
아이들은 왔다 갔다 하며 동네 탐험도 하고 사진도 찍어오고 꼬치도 사 오고 했지만 금세 흥미를 잃고 어제 놀다만 그랩카놀이를 하러 가겠다고 했다.
아이스코코아랑 케이크 한 조각 먹고 점심쯤 상균이가 나를 데리러 오기로 했다.
책은 막바지에 달하고,
나는 콧물까지 줄줄 흘리며 펑펑 울어버렸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이었을까.
어느 정도 진정이 됐을 때 상균이가 데리러 왔고 집 앞 식당에서 볶음밥을 포장하며 책에 대해 대화했다.
상균이도 이 책을 네 번쯤은 읽었다고 했다.
아직 상균이가 읽기에 어려운 책인 것도 같지만 알듯 모를 듯 느껴지는 게 분명 있었으리라고 본다.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자신이 스스로 행복을 찾아야 함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옆에 늘 상균이가 행복하길 바라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도.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망고까지 먹고 우리는 우드필드로 왔다.
어제 한국으로 돌아간 여행자 가족이 남기고 간 선물이다.
맑고 뜨거운 하늘은 아주 예쁜 사진들도 남겨줬다.
시키지 않아도 어딘가를 찾아서 점프하고 미끄럼도 타고 즐거운 곳곳을 찾아다니는 균스형제를 나는 내 눈에 담기 바빴다.
날이 뜨거운 탓인지 물도 따뜻해서 나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옆에 레스토랑에서 감자튀김도 배달시켜 먹고 신나는 한때를 보냈다.
리조트수영장 쿠폰을 넘겨주고 간 한국 가족들이 서운하지 않게 정말 열심히 놀았다.
다섯 시가 넘어서 씻고 나와 맛집을 검색하니 '아줌마식당'이 근처에 있다.
한인 식당 같지만 태국인 아줌마가 한국인 입맛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 맛집이다.
진심 음식들 다 맛있다.
가격도 사실 다른 한인식당서 먹은 거보다 많이 저렴한 편이었다.
그런데
계산하는데 500밧을 냈는데 50밧을 냈다는 서빙아줌마.
옆에 있던 계산을 기다리던 한국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덤터기 쓸 뻔했다.
감사하게도 본인이 보셨다며 우리 편을 들어주셨다.
그때는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린 것 같고 "정말 고마웠어요!".
돈도 돈이지만 억울해서 속 병날 뻔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오랜만에 마사지를 받았다.
민주 가고 처음으로 받는 마사지다.
요가하면서 긴장했던 근육, 운전하면서 긴장했던 근육 싹 풀고 왔다.
석균이는 살찌는 게 본인이 느껴진다며 저녁 간식도 마다하고 러닝머신 뛰고 왔다.
안쓰러우면서도 기특하다.
낼 낮에 맛난 거 많이 먹자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