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치앙마이 살아보기 36일
아침부터 계속 비가 내렸다.
어제는 빨래를 하려고 잔뜩 들고나갔는데 코인빨래방 Otteri에는 수요일 할인 때문인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빨래하고 원님만으로 요가하러 가려했는데 8시까지 자고 말았다.
작은 수건 한 장으로는 더 버티기가 힘들어 오늘은 요가 째고 빨래하며 상균이랑 데이트를 계획해 봤다.
석균이는 상균이가 데려다주고 끝나는 시간에 데리러 갔다.
상균이랑 나는 빨래하는 동안 싼티탐 아카아마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랑 코코아를 마셨다.
코코아에도 아트를 올려줘서 기분 좋아진 상균.
둘은 크림아트만큼 달콤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말하지 않아도 편안한, 우리 그래도 되는 관계가 되었다.
(무슨... 이제 시작하는 연인들 얘기 같네. 성숙해 가는 아들과 엄마의 얘기다.)
수업 끝날 시간이 되어서 석균이를 데리러 갔는데 석균이는 수업에 완전 집중 중이었다.
수채화로 도이수텝을 그리는 중이다.
석균이가 가지고 온 물감은 전문가용이 아니라 그런지 색도 이쁘지 않고 다루기도 어려웠는데 Aot이 새로 준비해 준 물감으로 그리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
시간이 오버 됐는데도 우리 일정이 없다면 수업을 더 하고 싶다는 Aot.
너무 고마워서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하고 싶다.
여행이 끝나가는 현정 씨랑 오후 일정을 같이 하려고 했는데 하루종일 비 예보가 있었다,
우리는 오후 일정을 과감히 접고 집에서 놀기로 했다.
점심은 교자만두랑 럭키치킨으로 포장해 와서 먹었다.
치킨은 오리지널로 내가 싹 쓸어 왔다.
작은 봉지 하나는 안전요원 아저씨들께 빼드리고 나머지는 우리가 다 먹었다.
우리는 루지 타는 곳에서 주워 온 몽돌 몇 개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그려야 할지 갈팡질팡 하던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feel충만하다.
다들~ 너무 잘 그렸다~~~
놀이의 마무리는 수영이다.
늘 같은 시간에 수영을 나오는 린, 하워드 부부와 디지털 노마드 마크, 우리 아이들과 현정 씨 가족까지 한 무리가 되어서 너무도 잘 놀았다.
나는 뒷정리하고 내려가 잠시 사진만 찍어줬다.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점심이 부족했던 탓인지 고기 먹으러 가자고 석균이 말했다.
사실 고기 굽는 곳은 내가 힘들다.
고기 구워 주기가 무섭게 고기가 없는... 고기를 계속 구워야 한다.
나도 먹고 싶지만 먹을 틈이 없다.
남편이 얼마나 고기를 잘 구워줬었는지 너무 그리운 상황이다.
그래도 오늘은 균스형제가 이것저것 챙겨줘서 좀 먹었다.
세 번째쯤 오니 고기맛도 알게 되는구나...
오늘은 고기 세 판, 새우 한 판 구웠다.
공깃밥, 맛살, 감자튀김, 조각케이크, 아이스크림은 거들뿐이다.
오늘 비가 와서 못나가겠다는 건 핑계였을지 모른다.
이렇게 둘러앉아 소란스럽게 떠들기도 하고 집중도 하고, 살짝 속마음도 이야기하며 보내는 꿀 같은 시간은 여행에 쉼표 같으면서도 마음속 여유를 느끼는 진짜 여행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