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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SUN Feb 09. 2023

내 짝꿍이 왔다.

치앙마이 살아보기 38일

5시도 안 됐는데 눈이 떠졌다.

이제 방콕에 도착했겠지...

지금쯤 치앙마이행 비행기를 탔을까...

그러다 보니 그냥 좀 일찍 공항으로 출발하게 됐다.


일찍 도착한 김에 에어아시아 사무실에 들러 분실물 접수된 게 있나 확인했지만 내 향수는 없다고 했다.

피켓을 들고 기다리기에 공항이 너무 추웠다.

유명한 카페서도 50밧이면 먹을 핫초코를 100밧에 사 먹었다. 

1등으로 나올 것 같은 아빠가 나오지 않아 한참을 기다렸는데 국내선 라인으로 나왔다.

우리는 장장 38일 만에 만났다.

남편이 꽉 안아주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왜 때문인 건지...


우리는 드디어 다 함께가 되었다.

콘도로 돌아와 집 앞 밥집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간단하게는 아니고 "원 모어 플리즈"가 "투 모어 플리즈"가 되었다.


남편은 태국음식이 입에 맞을지 살짝 걱정되는 모양이다.

나도 그랬었다.

'걱정하지 마, 금방 적응될 거야!'

밥을 먹고 망고도 살 겸 탄닌시장 주변으로 동네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먹기도 하며 걷다가 우리끼리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아이들은 날이 더워 그냥 집에 있고 싶다고 해서 집까지 바래다주고 둘이 걸었다.

오전 바람이 시원해서 둘이 걷는 이 길이 너무 좋았다.

손도 뽀송하고, 매일 걷던 길도 새롭다.


1시간짜리 타이마사지받으려다 코코넛오일 마사지로 급 변경해서 1000밧 내고 몸이 호사를 누렸다.

남편이랑 같이 받으니 미안하지도 않고 좋다.

돌아오는 길에 꼬치집에 들러 꼬치랑 맥주도 샀다.

정말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이지만 운전을 해야 해서 맛만 봤다.

아이들은 요구르트로 넷이 건배도 했다.


오늘 수영은 셋이다.

아빠가 없을 때는 어떻게 놀았는지 아빠 주변을 뱅뱅 도는 아이들과 눈에서 꿀 떨어지는 아빠.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비가 방울이 꽤 커졌는데도 나올 줄 모르고 놀았다.

결국 밖에 나가자고 꼬셔서 하나 둘 데리고 들어왔다.

원래 계획 대로라면 씻고 토요시장에 가기로 했는데 비가 와서 원님만으로 갔다.

푸드코트 분위기는 남편도 좋아했다.

한적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우리는 또 많이 먹었다.


집에 오는 길엔 빨래방.

싼티탐 5 거리 근처 노점에서 파는 로티랑 옥수수를 사서 빨래하는 동안 또 먹었다.

남편이 있으니 더 많이 먹는다.

오늘하루 가계부를 쓰는데 목록이 평소 5배는 된다.


모두가 잠든 이 시간.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고, 남편 코 고는 소리도 바로 옆에서 들린다.

어쩌면 집에서도 똑같았을 이 소리가 오늘은 아직도 이국적인 이 나라, 어색한 이방에서 내게 가장 친숙한 친구 같은 느낌이다.

당신이 와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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