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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SUN Feb 13. 2023

쉬엄쉬엄 '힐링 치앙마이'

치앙마이 살아보기 40일

7시쯤 눈을 뜬 남편은 밤사이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다.

첫날 26시간을 보낸 게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 아직도 좀 피곤해 보이기는 한다.

오늘은 그랜드캐년에 가려고 했는데 일정을 쉬엄쉬엄 해야겠다.


아침 찬거리도 마련할 겸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했다.

바람도 좋고 아직 해도 뜨거워지기 전이라 산책 다녀오길 잘했다.

우리가 애정하는 반찬인 꼬치도 사고 도넛도 디저트로 샀다.

간단하게 계란프라이랑 김이랑 먹었다.

벌써 매운맛이 그리운 남편은 신라면 하나 끓였다.

먹고 나니 졸리다는 남편.

명색이 치앙마이인데 쉬엄쉬엄 쉬어가는 맛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우리는 먹고 잤다. 


균스형제는 어제 실탄사격 하고 받아온 과녁판에 선데이마켓에서 사 온 고무줄총 놀이를 했다.

자고 일어나니 점심때가 다가온다.

럭키치킨에서 치킨 포장해서 나가는 차 안에서 먹기로 했다.

균스형제는 각 50밧짜리 한 봉씩..,

남편이랑 나는 둘이 50밧짜리 한 봉 먹었다.


와로롯 시장 가는 길에 라탄거리가 있다.

딱히 사고 싶은 건 없지만 '이런 곳도 있어' 하며 이집저집 둘러봤다.

라탄거리에서 가죽의자에 꽂힌 우리.

값도 비싸고 무겁기도 너무 무거워서 쿨하게 포기했다.

와로롯시장엔 법랑그릇이랑 망고, 야돔 등을 보러 갔다.

아이러브치앙마이 카페에서 알려준 곳을 찾았지만 내가 원하는 퀄리티의 법랑은 없었다.

와로롯시장 어디에도 없었다.

또 과감하게 포기했다.


집에서 쓸 그릇들은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퀄리티 좋고 개성 있는 그릇을 가지고 싶었다.

망고는 반건조 스타일로 샀다.

많이 싸게 샀다고 생각했는데...

물건을 샀다면 다른 가게에서 비슷한 물건 얼마냐고 묻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걸 모두들 알았으면 좋겠다.

주차는 와로롯시장 입구에 그냥 했다.

길거리 한복판에도 주루루룩 세워 뒀길래 나도 그렇게 했다.

혹시 무슨 일 있을까 봐 중간에 와보기도 했는데 다들 그렇게 하는데 맞나 보다.

계속 걸으니 다들 너무 덥다.

아이들은 아이스코코아, 우리는 아이스라테 한 잔으로 더위를 식히고 야경을 보러 도이수텝에 가기로 했다.


그전에 시간도 많이 남았고 아직 점심 전이라 밥 먹고 시간도 보낼 겸 원님만으로 갔다.

밥도 먹고 쇼핑도 하고, 시원한 카페 겸 옷가게에 들어가서 한참 옷을 둘러보다 보니....

쇼핑하는 한 여자를 기다리는 다소곳한 세 남자의 자세가 너무 귀엽다.


도이수텝으로 올라가는데 저 산 끝에 비구름이 잔뜩 걸려있었다.

올라가면 바람도 피해 가겠지,

나는 행운 가득한 여자니까...

는...

쥐뿔...

300 계단 아래로 폭포 생긴 줄 알았다.

이 와중에도 관광차도 올라오고 사이클도 올라왔다.

뛰어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더 늦어서 어두워지기 전에 우리는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도이수텝은 한국 가기 전에 다시 오기로 했다.


다 내려와서도 비는 계속 내렸다.

길에는 발목만큼 물이 찬곳도 많았다.

내 차가 저 길을 가도 괜찮을까 걱정이 되는 구간도 여럿 있었다.

그냥 내려 오길 잘했다.

그래도 이대로 집으로 가기는 아쉬워서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아이들은 먼저 집으로 가서 고무줄총 놀이를 한다고 해서 둘이 오붓하게 타이 마사지를 받았다.

마지막 우두둑 소리에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남편이 아보카도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베이컨이랑 내가 마실 와인, 와사비까지 사서 왔는데, 아보카도가 쓰다.

뭐, 지지고 볶아서 그래도 멋진 밤참을 먹었다.

매운 게 여전히 그리운 남편은 라볶이면이랑 불닭볶음면을 섞어서 또 끓였다.

우리는 맛있게 다~~ 먹었다.


오늘 생망고를 못 먹었다.

대신 와로롯서 사 온 건망고를 뜯었다.

선물? 까짓 거... 우리가 더 중요한 가족이다.


500그람짜리 뜯었는데.. 300그람은 먹었다.

도대체 망고 몇 개를 먹은 건지...

별일 없이 지난 하루 같지만 많이 쉬고 많이 걷고 많이 먹은 하루였다.

덕분에 모두 늦은 잠을 청하고 있지만 오늘도 함께인 하루에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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