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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SUN Feb 15. 2023

마지막 미술수업

치앙마이 살아보기 41일

오늘은 요가수업도 있지만 석균이의 치앙마이 마지막 미술 시간이다.

과감하게 요가를 포기하고 석균이 마지막 수업을 응원하기로 했다.


석균이가 미술에 가고 디비앙콘도에서 자전거 2대를 빌렸다.

내가 빨래하는 동안 남편과 상균이는 자전거 데이트를 즐겼다.

건조하는 동안에는 나도 남편의 자전거 뒤에 타고 탄닌시장 장보기에 나섰다.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사고 망고도 샀다.

석균이를 데리고 오려했는데 그림 마무리가 덜 됐다.

오후 일정이 있지만 우리는 석균이의 시간을 기다려주기로 했다.


다 된 빨래를 내가 가지고 콘도로 돌아왔고 상균이와 아빠는 진짜 데이트를 나갔다.

석균이가 돌아오고서도 한참이나 뒤에 돌아온 둘은 길을 잃었었단다.

러스틱마켓까지 다녀왔다며 인증샷을 찍어 왔다.

상균이보다 아빠 만족도가 높았던 자전거 데이트였다.

인터넷도 안 되는 핸드폰만 들고 가서는, 길을 찾아 돌아온 게 정말 다행이다.


석균이는 장장 3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라인으로 연락이 왔다.

데리러 가니 Aot이랑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석균이.

석균이의 어린 시절 기억에 치앙마이 여행의 기억이 얼마나 많은 영감과 추억을 줄지는 모르지만 Aot과의 인연과 교감은 어쩌면 평생을  가지고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도이수텝 사원에 처음 갔을 때, 그 기분이 너무 좋다며 도이수텝을 그리고 싶다고 했었는데,

집으로 돌아갈 날을 며칠 앞두고 그림을 완성해서 더 좋아했다.


간단하게 시켜 먹자고 갔던 청도이로스트치킨.

내가 주문을 잘못 넣는 바람에 쏨땀을 두 개나 시켰다.

결국 6개 메뉴에 맥주에 콜라에 물 두병, 밥 따로.

나는 왜 자꾸 부끄러운가...


오후 일정은 치앙마이 그랜드캐년이다.

인공적이긴 하지만 깊이가 후덜덜 하다.

나는 카페에서 사진 찍고 출국 웹체크인도했다.

세 남자는 열심히 놀았다.

석균이 스타일은 아닐 텐데 그래도 적극적으로 놀면서 오늘 에너지소모 제대로 했다.

석균이는 짚라인 안 타겠다고 해서 상균이가 두 번 탔다.

상균이는 이글트랙 짚라인을 한번 해봤다고 이 정도는 크게 떨리지도 않나 보다.


그랜드캐년 근처에 푸핀테라스 카페가 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수요일이라 쉬는 날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수요일을 피해 왔는데 그런 보람이 있다.

한적한 풍경에 확 트인 시야, 선명한 초록이 이렇게 예쁜 것이었나 싶다.

온통 먹구름이었던 하늘엔 가벼운 구름들이 있고, 해가 질 때는 여릿한 노을을 보여줬다.

이곳은 정말 평화로운 다른 세상이었다.

먹을게 나오기 전까지. 

먹을게 나오면 갑자기 공기까지 경쾌해진다.

손도 빨라지고 심지어 말까지 빨라진다.


저녁까지 먹고 올까 했는데 그러려면 위쪽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길래 우리는 간식에 아이스크림으로 배를 채우고 여유로움만 즐기다 내려왔다.

집 앞 야시장에서 이것저것 먹거리를 사고 편의점도 들러 이것저것, 우리는 또 밤참 먹고 잔다.


오늘 현정씨랑 지오, 지아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낯선 곳에서 만난 짧은 인연.

잠깐 만난 인연이지만 인생에 기억될 만남이었다.

사람 사는 거 모를 일이니 또 어떻게 만나질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멀리 사는 내 친척 누구보다도 속 깊은 얘기를 했을 현정씨가 어디서든 밝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우리 나중에 캐나다 어디쯤에서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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