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 오면 버스를 타세요 / 6일

by 여행하는 SUN

"당신은 나한테 너무 기대를 안 하는 것 같아. 나한테 기대를 더 해봐."

며칠 전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온 남편이 전화로 한 말이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알았어. 맛있는 거 더 많이 사 먹을게!"

여행 와서 매일 저녁 잠들기 전이면 우리는 하루동안 읽었던 책의 독서 감상문을 가족 단톡방에 올린다.

감상문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고, 마음에 남거나 인상적이었던 문장을 쓰고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게 쓰는 형식이다.

오늘 저녁에도 짧은 문장들을 적어 올리는데 남편이 말했다.

"멋있게 여행 중이구나~ 고마워."

그런 것 같다. 어렵게 만든 우리의 시간과 경제적 뒷받침, 거기에 보답하는 길은 이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행복하게 여행하는 것이다.


아침거리를 마련하러 도시락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너무 경쾌했다.

날씨가 좋기 때문이다.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라테를 들고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며 도시락을 포장해 왔다.

빨리 먹고 아이들과 나가고 싶었다.

도시락은 또 왜 이리 맛있는지 한국에 가서 창업이라도 해야 하나 싶다.

집 근처 어디로 또 걸어가 볼까 고민하니 남편이 버스를 타 보라고 했다.

날씨도 좋고 해변 근처를 경유하는 버스노선을 찾으니 적당한 거리에 산에 파르코 우라소에 쇼핑몰이 있다.

이곳은 슬램덩크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곳이다.

우리는 한국에 있을 때 상영관에서 2번이나 슬램덩크를 봤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곳이기도 했다.

영화를 보다가 첫 장면에 송태섭의 고향인 오키나와가 나올 때 '여기로 여행을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 오키나와에서 굿즈를 사 가는 것도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해서 오늘은 우라소에로 갔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6분 거리인데 버스가 오는 시간까지 30분도 넘게 남아서 우리는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다음 정거장까지 걸었다.

매일매일 이렇게 많이 걸었는데도 또 다른 동네를 걷고 있는 게 비슷하면서도 이국적인 다른 모습들이 참 매력적이다.


우리는 26번 버스를 탔다.

구글에서 시간 안내도 해 주는데 버스 도착 시간이 다소 차이가 있었다.

5분 넘게 늦어지니 버스 안 오는 줄 알고 걱정이 됐는데 올 때도 그랬다.

버스 탈 때 입구에서 번호가 적힌 티켓을 뽑으면 거리에 따라 내릴 때 요금이 정해지고 내리면서 그 티켓과 요금을 내면 된다. 우리는 1인당 편도 280엔씩 냈다.

타는 법을 잘 몰라도 기사님이 친절히 설명해 주시고 기다려주신다.

운전석 의자 뒤 가방에서 동전지갑을 꺼내 잔돈을 내주셔서 깜짝 놀랐다.

혹시 또 버스를 탄다면 동전을 잘 챙겨서 타야겠다.


집 근처 백화점도 가 보고 쇼핑몰들도 봤지만 이곳 규모가 상당하다.

스타필드정도... 그것보다 더 클 것 같다.

1층에서 팝업스토어 위치를 물어보니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것도 모르는 분들도 있었다.

우리는 3번 물어서 3층 위치를 알아냈다.

팝업스토어는 한국에서 열린 곳들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작다.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나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기 때문에 실망은 안 했다.

1인 1입장표를 받고 지정된 시간에만 스토어 입장이 가능하다.(30분)

우리는 송태섭 아대를 하나 샀다.

석균이 농구할 때 쓸거라 실용적인 굿즈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악기점이 있다.

똭, 악보들이 보였다.

지난번에도 Eve 악보를 악기점에서 구했기 때문에 들어가서 물어봤다.

오예~~~~ 있다. 상균이가 원하던 그 악보집이다.

상균이 급 흥분하고 악기점 직원들도 같이 기뻐해 주신다.

석균이는 옆에 있는 기타와 건반들에 눈이 돌아간다.

팝업스토어에 와서 더 좋은 구경을 하고 득템해서 간다.

100엔 샵에서는 스프링 노트를 몇 권 샀다.

큐브도 맞춰보고 레고샵이랑 건담 피규어들이 있는 곳도 있어서 볼거리가 가득하다.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곳이다.

점심으로 A&W 햄버거를 먹고 바깥바람 쐬며 바닷가 산책도 하고 다시 들어와 나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아이들은 둘이 한 시간 정도 놀다 왔다.

다시 쇼핑몰을 돌아보다가 손수건도 한 장 샀다.

집으로 출발하기 전에 빵도 사서 먹고 5시 반쯤 다시 버스 타고 돌아왔다.

한 번 타봤다고 너무 자연스럽게 버스를 이용하는 우리는 학습능력도 참 좋다.


버스정거장에서 내리면 바로 우리의 덴푸라 가게가 있다.

어제 못 먹었으니 혹시나 자리가 있으면 먹자며 들어갔는데 방금 손님이 나간 자리가 있었다.

기분 좋게 주문.

첫날과 다르게 덴푸라 2 접시와 큐브스테이크, 오키나와식 김치, 장어마끼 2개를 시켰다.

장어마끼는 저녁 메뉴에 없는 거라고 하셨는데 주방에 물어보시고 만들어 주셨다.

너무 많이 시켰는지 일행이 또 있냐고 물어보시는...

나중에 마끼 나오고 그 이유를 알았다.

오키나와식 김치가 먼저 나왔는데 문어오이김치다.

오이는 상큼한데 문어가 너무 짜다. 나는 하나 먹고 끝.

아이들이 다 먹었다.

두 번째 메뉴로 나온 장어마끼는 완전 우리 취향이다.

내가 먹은 김밥들 중에 최고로 맛있다.

그리고 최고로 크다.

큰 김밥 하면 요즘 한국김밥들 여기저기 많이들 나오는데 이만큼 큰 건 처음이다.

그런데 너무 맛있다. 양도 어마어마하다.

처음 보고 남는 거 싸가자고 했는데 다 먹었다.

큐브스테이크는 간이 없고 질기다. 소스 찍어 먹으면 먹을만하다.

댄푸라야 말해 뭐 할까.

다음에 아빠랑 오면 덴푸라 4 접시에 마끼 2개 시켜 먹자고 했다.


아~~ 오늘 참 알차다.

매일 '오늘은 어디 가지?' 해도 어디를 가도 매일이 새롭다.

그래서 내일이 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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