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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SUN Feb 21. 2023

치앙마이 여행을 마치며

치앙마이 살아보기 (번외 3)


치앙마이에 와서 참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양우산, 선글라스, 돈, 물안경,  면세점에서 사서 뜯어보지도 못한 향수...

그리고

일상의 고민들..

나는 생각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아서 걱정도 많은 편이다.
그런데 여기와 있는 동안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냥 하루하루 무얼 하고 놀면 더 행복할지만 생각했다.

그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들이 과연 그렇게 조바심 내야 할 일이었었나?
밥상을 다 차려 놨는데 남편의 늦는다는 전화를 받는 게 그리 화를 낼 일이었을까?

남편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정리를 다 했다고 아이들이 장난감을 꺼내지도 못하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빨래, 하루쯤 미룬다고 입을 옷이 없겠는가.

나는 적어도 여행하는 동안은 많이 너그러워져 있었나 보다.
아이들의 같은 상황에도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더 많이 했던걸 보면.


한국에서 가족들과 공원을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5살쯤 된 남자아이가 킥보드를 타고 오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내 뒤꿈치에 부딪혔다.
나는 너무 아파서 소리를 악 질렀다.
아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너무 어려서 발음마저 엉성한 이 아이의 한마디.
나는 아픈 것도 금세 잊고 아이 표정에 집중했다.
"괜찮아, 아줌마 괜찮아... 너도 놀랬겠다. 엄마랑 같이 왔니?"
그제야 긴장이 풀린 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순간 얼마나 놀랐을까, 그 와중에 또 얼마나 미안했을까, 혹은 조심하라던 엄마말을 듣지 않은걸 얼마나 후회했을까...

사실 저런 생각은 나만의 생각인지 모른다.
하지만 공감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가끔 누군가에게 본인 마음을 공감받았을 때 우리는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어쩌면 나는 이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에게,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내 인생을 공감받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나는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남은 일상을 응원하게 된다. 


"1일 1 수영"
"1일 1 망고"
"원 모어 플리즈"
"코쿤카~(캅)"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들이다.

아이들 수영은 매일은 아니지만 수영장에 다시 등록하고 다닐 거고, 한국에 온 지 며칠 지났지만 망고도 여전히 계속 먹고 있다.
물론 건망고지만 지인들 주려고 사 온 것까지 내가 다 먹을지도 모른다.

치앙마이 음식들이 양이 너무 적어서 "원 모어 플리즈"를 외친 줄 알았는데 우리 식성이 좋은 건가 보다.
이제 한국음식들도 양이 적어 보인다.
외식하러 가서 자꾸 메뉴를 추가하게 된다.
큰일이다.

태국사람들은 참 차분하고 순수하고 친절하다.
내가 보고 싶은데로 본 건지, 좋게만 보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겪은 많은 태국인들은 우리에게 친절했고 늘 웃어줬다.
그래서 우리도 늘 고맙다는 표현을 입에 달고 살았나 보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고마운 사람들 천지다.

내 일상과 여행을 응원하고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위해 혼자 외로움을 감수했던 내 남편.
"코쿤카~"

편찮으신 아빠걱정에 여행을 가도 될지 걱정했지만 별일 없을 거라 다녀오라 해주신 엄마, 아빠.
"코쿤카~"

그런 엄마 아빠 옆에서 혼자 자식노릇 해준 하나뿐인 내 언니.
"코쿤카~"

아들 혼자 두고 여행 가는 며느리, 손주들 용돈까지 챙겨주신 시엄마.
"코쿤카~"

엄마말도 잘 듣고 알아서 척척, 가끔 아빠 몫까지 해주며 즐거운 여행을 함께 해준 우리 균스형제.
"코쿤카~"

하찮은 일기지만 우리 여행을 응원해 주신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지인들, 모두모두.
"코쿤카~"

이런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는 다음 여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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