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행복해 질지 기대되지 않니? / 15일
아름다운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너희는 이번 여행 중에 언제가 제일 좋았어?"
저녁에 밥집을 찾아보다 남편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저는 그냥 이렇게 계속 이어지면 좋겠어요. 이보다 어떻게 더 행복할 수 있겠어요?"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상균이의 대답이다.
지금 여행이 충분히 만족스럽고 가족들이 다 함께 하고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아들아, 세상에 얼마나 더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많은 줄 아니?
물론 더러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있겠지만 너는 아직 사랑도 해보지 않았잖니...
사랑이 100%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니겠지만 엄마, 아빠는 살아가면서 더 많은 행복이 주어진다는 걸 알아버렸단다.
물론 거기엔 너희들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단다.
너의 미래를 더 기대해 보렴.
아침부터 남편은 또 분주하다.
집 앞 슈퍼에서 가지 두 개를 사 와서 어제 남겨둔 돼지고기와 다른 야채들을 섞어 볶음요리를 해 줬다.
오늘은 이 예쁜 집을 떠나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코로나의 영향인지 에어비앤비 대부분의 숙소들이 태블릿으로 비대면 체크인을 하는데 동반자 등록에도 여권을 등록하고 얼굴까지 다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리 체크하느라 나는 아침 식사 준비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남편이 설거지까지 다 해 주고 나는 거실 쪽 창문을 다 열고 상큼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마지막 시간을 즐겼다.
어제 코우리 대교를 건넜던 기억이 너무 좋아 드라이브 삼아 한번 더 다녀왔다.
대교 아래 주차장에 잠시 주차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오늘도 바람은 예사롭지 않다.
남편이랑 상균이는 수영한다고 벼르고 있는데 오늘도 안될 것 같다.
우리는 추라우미수족관도 안 갈 거고 만좌모도 안 간다.
대신 비세후쿠기길은 가기로 했다.
나는 조용히 산책하는 걸 즐기고 여기는 그럴 수 있다는 평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 도착해서는 생각보다 차가 많아서 소란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니었다.
생각보다 가로수길 구간이 정말 넓다.
마을 사이사이로 100개는 족히 될 전혀 다른 풍경들의 가로수길들이 이어졌다.
내가 둘러본 곳도 반의 반도 안될 거라고 생각한다.
들어가는 길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흐린 와중에 해라도 잠깐 비치면 그 분위기는 또 새로워졌다.
분위기에 빠져 걷다 보면 바닷가 쪽으로 나오기도 하고 다시 들어가 다른 쪽으로 걷다 보면 마을길이 나오기도 한다.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분들도 많아서 걷다가 마주치면 웃어주기도 한다.
렌터카 여행하면서 걷는 게 고파질 즈음 기분 좋게 많이도 걸었다.
몇 년 전 친구들과 오키나와에 왔을 때 정말 맛있게 먹었던 현지인 분들이 많이 가는 식당엘 가고 싶었다.
가로수길에서 요미탄쪽으로 내려가는 방향에 있어서 오늘 점심은 여기에서 먹기로 했다.
그때도 우연히 찾아간 식당이라 이름도 몰라서 옛 사진을 찾아서 검색해서 찾아갔다.
기노가와라는 식당이다.
점심시간이라 테이블이 금세 꽉 찼다.
우리만 외국인이고 다 일본분들이었다.
옛날 생각에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자랑도 하며 점심도 맛있게 먹었다.
쫀득한 푸딩식감의 땅콩두부가 인상적이다.
제철 생선으로 요리를 해 줘서 주 생선이 날에 따라 바뀐다고 했다.
점심도 기분 좋게 클리어했다.
점심 먹고 바로 운전하니 졸음이 밀려왔다.
커피 찾아 들어간 세븐일레븐에서 블루베리샌드위치 발견.
방금 밥 먹은 사람들이 또 잔뜩 들고 나왔다.
나는 이 커피에 길들여졌다.
일산 우리 동네 제일 가까운 세븐일레븐을 찾아봐야겠다.
운동삼아 커피 사러 걷기라도 해야 할 판이다.
푸른동굴이 근처에 있는 우리의 마지막 숙소는 요미탄 부근이다.
아고다에서 할인받아 예약했는데 침대가 3개라 예약을 바꿔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취소 불가능 기간이 오고 말았다.
그래서 기대는 없고 걱정만 있던 숙소였는데 여기 또 너무 좋다.
이번에 예약한 숙소들은 동네 분위기도 완전 다르고 집 분위기들도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다들 나름의 장점들이 확실하다.
남편은 세련되고 실용적인 이 집에 또 칭찬을 한 바가지 해 준다.
내 어깨가 머리보다 높아질 지경이다.
짐만 대충 풀어 두고 또 산책을 나섰다.
차로 4분 거리에 자키미성터가 있는데 규모가 크지 않아 산책하기에 좋다고 했다.
높은 곳에 있을 테니 동네 전망도 둘러보려 나갔다.
딱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성벽이 주는 웅장한 분위기까지 있어서 사진 찍으며 방방 뛰어다녔다.
오키나와 하면 제일 인상적인 것은 각양각색의 시샤들이다.
근처에 오키나와에서 제일 큰 시샤가 있다는 곳으로 갔다.
휑하다.
약 8미터의 시샤가 중국 쪽을 바라보고 있다는데 그냥 봤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우리는 먹을 곳을 찾아갔다.
일본에 왔으니 이자카야도 들러 보고 싶다.
이나카모토라는 동네 이자카야집을 찾았는데 북적북적 사람들도 많고 평도 좋았다.
직원분들이 외국인 경험이 많지는 않으신지 메뉴판이 일본어뿐이라며 괜찮냐고 물어 왔다.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다들 먹는 건데 번역하고 모르면 그냥 먹어보면 되는 것을.
우리는 또 많이 시켰다.
직원분들이 놀라셨을 수도 있다.
나중에 서비스도 나왔다.
모든 메뉴가 간도 적당하고 맛있었다.
다들 양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많이 시키면 되는 거다.
즐거운 경험을 만들었다.
여행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니 먹는 것뿐 아니라 노는 것도 자꾸 욕심이 생긴다.
이럴 때일수록 초심을 잃지 않고 힐링하다가 돌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