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2월에 스노클링 / 16일

둘이 둘이 따로 또 같이 여행하기

by 여행하는 SUN

"오키나와에 여행을 오지 않았으면 이렇게 좋은 곳인지 몰랐겠죠? 여행을 못 오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올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오늘 바람이 너무 시원하고 좋아요. 별들 좀 보세요..."

마지막 날의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에서 석균이가 말했다.

그 뒤로도 끊임없는 조잘거림과 고백들이 이어졌다.


아침 7시면 이른 시간도 아닌데 아이들은 계속 잔다.

마지막 남은 쌀을 밥솥에 올려놓고 뭘 할까 고민하는 남편과 근처 편의점에 가보기로 했다.

우유랑 3분 카레, 컵라면과 누들수프를 사왔다.

남은 계란이랑 같이 먹으니 궁합이 좋았다.

남은 야채들과 베이컨 소시지, 버터까지 다 넣어 볶았다.

이번 오키나와 여행 중에 나는 밥을 한 번도 안했다.

남편 "스고이~"


숙소에서 2차선 도로를 건너 아래로 내려가면 지역주민들이 이용한다는 해변이 나온다.

오늘은 해도 나오고 춥지 않아서 남편은 잔뜩 부푼 마음으로 해변으로 내려갔다.

망연자실한 남편의 표정.

물도 만조에 파도도 제법 있고 색도 예쁘지 않았다.

어느하나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맑은 물속을 보여주고 싶었던 나는 푸른 동굴로 데려가기로 했다.

나도 잘 아는 곳은 아니지만 미리 봐두기는 했던 곳이라 대충 설명하고 주차장 앞에 내려줬다.

남편과 상균이는 알아서 놀겠다며 오후 2시까지 데리러 오라고 했다.

일찍부터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 놀거라 믿었다.


석균이와 나는 요미탄 도자기마을로 갔다.

민속촌 같은 분위기에 적당히 넓어서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며칠만에 날씨까지 맑아서 인지 더 상쾌했다.

도자기를 만들어 말리고 있는 모습들이 곳곳에 보였고 군데군데 있는 상점들에는 각 가게들만의 개성을 그린 도자기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30분 넘게 산책을 하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까지 내려가는 입구도 찾지를 못했다고 했다.

맙소사... 전화를 끊고 석균이와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문자가 왔다.

'찾았음'.

혼자도 아니고 둘이니 알아서 놀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는 남은 시간을 보냈다.

다가 더워져서 갤러리카페에 들러 도자기도 감상하고 커피랑 주스도 마셨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5분쯤 일찍 도착하게 도착해서 바다 쪽으로 내려가니 푸른 동굴로 내려가는 길 쪽에 빨간깃발이 올려져 있었다.

수영금지 표시이다.

어쩐지 이쪽에는 사람이 없다.

시간이 다 되어가서 혹시 엇갈리지나 않을까 해서 약속한 곳으로 가 보니 남편과 상균이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물에 빠진 생쥐 모양을 하고서는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사춘기 남자애 얼굴에 저런 웃음이 웬 말인지.

둘은 푸른 동굴 쪽 말고 옆 해변가에서 스노클링을 했다고 했다.

처음 경험해 보는 체험이었다고 했다.

스노클링을 처음 해 본 것도 아닌데, 고등어 만한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지나가고 니모같은 작은 물고기들도 많았다고 했다.

둘다 수영엔 자신이 있으니 한 시간가량 정말 즐겁게 놀다 왔다고 했다.

남편은 완벽한 힐링이라고 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씻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브레이크타임과 겹치는 시간이라 걱정했는데 근처에 생선요리 전문점이 있었다.

남편이 물고기 보고서 생선요리가 먹고 싶어 졌다고 했다.

생선버터구이정식, 초밥정식, 새우튀김정식, 칠리새우정식을 주문했다.

버터구이정식은 얏빠리 스테이크처럼 기름종이를 덮어 나오는데 소리만으로도 훌륭한 퍼포먼스가 됐다.

하나하나 금액이 좀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 먹고 보니 가성비 좋은 메뉴다.


기념품이나 생활용품 중에 사 갈만한 게 있을까 싶어 이온몰 중에 제일 크다는 라이카무점으로 갔다.

각자 40분간 둘러보고 만나기로 했는데 상균이는 Eve의 마지막 악보를 발견했다.

나머지 우리는 딱히 필요한 게 없다.

한국 대비 특별히 저렴한 것도 모르겠고 꼭 필요한 것만 사자는 주의라서 쇼핑은 과감하게 패스했다.

저녁의 아메리칸빌리지를 둘러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부터 찜 해놓은 피자마루키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웨이팅이 많다는 집이지만 비수기 평일 오후라 안쪽 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래도 손님은 많았다.

베스트 메뉴들만 골라서 주문을 하고 맥주랑 음료들을 주문했다.

피자 나오자마자 끝이 보여서 바로 한 판 더 주문해서 다 먹었다.

피자 맛집 인정이다.

까르보나라도 인상적이었고 브로콜리 요리가 국물까지 싹싹 끍어먹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취기가 돌 정도로 맥주를 마셨다.

상균이가 재미있다는 듯이 취한 나를 바라봤다.

이제 아이들이 취한 엄마와 아빠를 챙긴다.

묘한 기분이 든다.

챙김을 받을 만큼 취하지 않았지만 그냥 더 취한 척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림 하나씩 들고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산책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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