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나이를 먹는다.
코로나 직전 칠순여행_중국 장가계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나를 안아주시고,
맛있는 요리를 해주시고,
방학숙제를 도와주시고,
특별한 날에는 한 시간 일찍 일어나 머리를 곱게 땋아 올려주시고,
예쁜 옷 예쁜 구두를 사주시고...
그때 나는 어리고 엄마는 젊었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은 모두 내가 어렸을 적의 모습이다.
내가 자라면서 엄마는 더 강단 있고 억척스러워지고 잠자는 시간이 줄고 늘 무언가에 바빴다.
또 내가 어른이 되고 내가 나 살기 바빠하던 그 사이 엄마는 주름지고 늙어서 70세가 되었다.
엄마는 평생 엄마이고 내겐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그냥 엄마도 사람이고 여자였다고.
70번째 생신을 기념해서 딸 둘이랑 여자들끼리 여행을 다녀왔다.
어르신들이 좋아한다는 중국 장가계.
다녀오자마자 코로나로 모든 여행길이 끊겼다.
엄마가 가보고 싶어 하시는 곳이라 갔는데 엄마 아니면 못 가봤을 곳이라 감사하기까지 하다.
정말 멋있고 뜻있는 시간이었다.
여행 중에 가이드가 말했다.
"나이 든 부모, 부모들끼리 여행 보내 드리는 건 효도 여행이 아니다. 꼭 모시고 다녀라."
패키지는 정말 오랜만에 가는 건데 일정도 많고 중국은 여권이나 지문검사를 수시로 해서 어른들끼리는 힘든 여정임에 틀림없었다.
매일 2만 보 이상을 걸으며 저녁에는 마사지를 받고 자기 전에는 꼭 얼굴에 팩을 하고 잤다.
딸들보다 신나 하는 엄마모습에 미안함 마저 들었다.
'이렇게 좋아하시는걸 매번 나만 즐거웠었구나.
다음 장기여행엔 엄마도 끼워드려야겠다' 생각했다.
나보다 더 잘 걷고, 나보다 더 잘 드시는 것 보니 아직 든든한 버팀목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