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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SUN Mar 03. 2023

선생님께 전하는 우리 아이, 우리 가정 이야기

숙제 같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

고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가 담임선생님의 편지 한 통을 들고 왔다.

선생님의 자기소개와도 같은 인생이야기까지 적힌 그 글 뒤에 백지 한 장.

우리 아이와 우리 가정의 이야기도 적어 달라는 당부의 글이 있었다.

쉽게 보자면 아이의 습성이나 힘들어하는 것, 선생님께 하고 싶은 이야기쯤이겠지만 나는 또 진지하고 감사하게 우리를 돌아보며 답장을 썼다.



우리 집은 엄마, 아빠, 형 상균, 동생 석균이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아빠가 출근하실 때는 다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안아주고 뽀뽀도 해주는 닭살스러운 가정이기도 하지요.


저희 집의 평일 공식 기상시간은 6시입니다.

늦어도 6시면 모두가 일어납니다.

그중에서도 상균이는 아침잠이 없는 아이로 1등입니다.

아기 때부터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여름 해 뜨는 시간에 일어납니다.

학습을 위한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시간은 우리의 가정학습시간이기도 합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정해진 하루 학습양의 80% 정도는 아침시간에 끝내고 등교를 했었습니다.

아침 6시 반이면 아빠가 운동을 위해 먼저 출근하시고 그즈음에 아침식사를 합니다.


형제가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다 보니 꼭 학교에 문을 열러 가는 아이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

상균이는 핸드폰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싫다는데 억지로 쥐어준 거긴 합니다.

상균이가 중학생활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수학과 영어를 어려워해서 과외수업을 시작했는데 선생님들이 서로 간 소통을 위해서 핸드폰이 필요하다고 하셨거든요.

일부러 사주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집과 학교가 가까웠고 학원에 다니지 않으니 딱히 필요가 없기는 했습니다. 상균이도 게임이나 친구들과 연락하는 걸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상균이는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한 번도 독서 관련한 상장을 놓친 적이 없고 중학교 때 가장 친했던 선생님이 도서관 사서선생님일 정도입니다. 도서관에서 주는 다대출 상도 매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간혹 저도 처음 들어보는 잡다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기도 합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많이 해줍니다.

친한 친구들 이야기나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걸 보면 사춘기를 심하게 겪지는 않는 듯합니다.

학교생활에 열심인 것은 수행평가 결과를 보고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준비하고 배워가며 성장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뿌듯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영을 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3회 이상 저녁시간에 가고 있습니다.

물을 좋아하고 체력에도 많은 도움이 되어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도 가능하면 이어가려고 합니다.

3월부터 저녁 9시 타임 수영이라 취침시간이 조금 늦어져서 11시 이전에는 꼭 잠들기로 약속한 상태입니다.

(예전에는 보통 10시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상 상균이의 하루 일과였습니다.


저희 가족은 남들과 다르게 산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지만 정말 행복하겠다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두 형제가 학원 다니는 비용 모아서 여행을 다니자고 했고 방학이면 긴 살아보기 여행을 여러 번 다녔습니다.

남들은 아이들 공부할 시기에 어쩌려고 그러느냐 걱정들도 간혹 하지만 그 시기에 학원에서 배울 것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중3 학교 상담에서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사춘기 남자아이들의 입에서 행복하다는 말이 나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요.


백석고를 지원하면서 상균이 아빠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좋은 학교에서 꼭 1등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혹시 대학을 못 가는 경우가 생겨도 괜찮다.

상균이가 고등학교 3년 동안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들을 잘 배우고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면 그것이 네 인생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상균이는 아주 성실한 아이입니다.

학습면에서도 정확히 코치해 주시면 꼭 성취해 낼 아이입니다.

우리 가족은 아직은 어린 상균이가 자신을 알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이 시기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선생님의 진심 어린 편지 한 통이 저희 가족과 상균이를 다시 알아 가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너무 감사드리고 따뜻한 관심과 사랑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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