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와 글쓰기는 세트메뉴...
나는 책 소유 욕심이 있다. 책이 많으면 있어 보이지 않나…. 지적 허영심은 너무 부정적이고 약간의 아주 약간의 책 덕후라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많은 책을 읽고 지적 수준이 높은 건 절대 아니다. 그냥 책이 좋은 거다. 어쩌면 학창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워 책을 옆구리에 잔뜩 끼고 폼내며 교정을 거닐지 못한 굶주림인가…. 싶어 혼자 웃을 때도 있다. 그래도 다행이다. 웃을 수 있으니…. 그 기억을 아프게만 갖고 있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책 읽기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다.
직장 생활에는 회식과 저녁 모임이라는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게 있다. 집에서 기다리는 어린 자녀 둘을 키우며 직장을 다닐 때인데 회식을 안 가자니 이리저리 눈치 보이고, 용케 이유를 대고 가지 않아도, 다음 날 출근하면 꼭 ”야, 000, 너는 어제 뭐 안 왔더라…. 누군 뭐 기다리는 자식 없냐….“참 밉상스러운 상사다. 식사만 하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지금처럼 워라밸이 단어로만 존재하던 시절이라, 1차 식사, 2차 노래방, 3차는 노래 불렀으니 시원한 맥주…. 이 정도는 돼야 회식이 끝난다. 그러니 숱한 회식은 정신적 피폐만을 남겼다.
출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아니면 일찍 출근해 1~20분씩 잠깐의 시간 책 읽기가 내 숨통을 틔워주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짧지만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 심리적 안정, 눈을 뜬 명상 같은 그런 내적 편안을 스스로 알게 되면서다. 그렇게 책 소유 욕심과 짧은 책 읽기는 빡빡한 직장 생활 중 소소한 나의 즐거움이었다.
책 읽기와 글쓰기는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그러나 글쓰기는 정말 욕심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일기 쓰기를 몇 번이나 시도하고 실패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다.
그나마 직장에서 마음껏 글쓰기를 한 것은 불만 민원에 대한 답글을 작성할 때다. 내가 다닌 직장은 민원 특히, 불만 민원에 예민했다. 답글을 작성할 때는 그 민원이 접수된 이유,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겠다가 서면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일이다. 어쩌면 답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글쓰기가 계속 이어졌을지는 모르겠다.
퇴직하고 나니 한결 가벼워진 마음, 넉넉한 시간, 편안한 책 읽기, 수순이 글쓰기 인 양 노트북을 펴고 두서없는 글쓰기가 시작됐다. 오늘 마음이 이렇다, 저렇다, 퇴직하니 이게 좋다, 저게 좋다 이렇게 두서없이 쓰기 시작하면서 퇴직 후의 불안도 조금 씩 정리되고 있다.
글쓰기도 조건이 필요한 것 같다. 책에서 보니 대부분 글쓰기 근육이라고 표현한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한 조건은 먼저 엉덩이 힘이다. 길게 앉아 있는 게 연습 돼야 딱 붙어 앉아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를 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는 그 조건은 확실히 갖추고 있다. 35년간 사무직으로 앉아서 일을 했으니 말이다. 다음 조건은 재료인 것 같다. 식자재가 건강하고 풍성해야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듯, 글을 쓰는 것도 재료가 풍성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게 바로 책 읽기다.
’IN’이 있어야 ‘OUT’이 나오지 않겠나 하는 게 나의 지론이다. 현재 나는 ‘IN’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도 시간이 아무리 넉넉해도 책 읽기는 글쓰기와는 다르다. 나의 눈과 뇌가 아직 연습 되지 않아 많은 분량을 한꺼번에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급하지 않다. 천천히 천천히 연습하면 되지 하고 적당한 시간을 책 읽기에 할애하고 있다.
다만 방식을 좀 바꾸었다. 꼭 책을 한 권씩 읽고 마칠 이유가 있나 싶어 세권의 책을 정하고 맛집 고르듯 골라서 읽는다.
‘오늘은 이 책으로…. 오늘은 요만큼만 읽자…. 그럼 남은 시간은 이 책을 좀 읽어볼까?’
책 읽기, 글 쓰기 전문가들이 볼 때 내 방식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가,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하면 되지 않을까, 목적지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길이 있으니 일단 지금은 이렇게 가보자. 가다가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되지 않겠나…
꾸준히 쓰고 꾸준히 읽고 끝내 하고 싶은 건, 책 한권을 만드는거다. 글쓴 이가 내가 되보는 거다. 내 삶을 글로 쓰고 책으로 만드는 것, 시간이 걸리더라도 첫 나의 결과물이 나오면 가족들과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열어볼 생각이다. 생각만으로도 좋은 목표를 향해 천천히 읽고 쓰고 연습을 계속해보겠다.
26.1.26.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 기사로 게재된 글입니다.
기사는 오마이뉴스에서 수정한 내용으로 올라갔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01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