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울진에 ‘국립해양과학관’이 있다

지하7m 바닷속전망대 유리창 너머로 만난 ‘소라’‘문어’

by 선심화

퇴직하고 가장 좋은 건 두통이 없어진 것과 넉넉한 시간이다. 병원 가서 뇌 검사를 해봐야 하나 할 정도의 두통이 반복적으로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두통이 온데간데없다. 다음은 넉넉한 시간이다. 뭘 해도 급하지 않게 천천히 조금은 느리게 해도 마음이 분주하지가 않다. 넉넉한 시간 덕에 도시와 시골을 번갈아 살아보는 호사를 누린다(나는 현재 완전한 귀농을 위해 서울과 고향인 울진을 왔다 갔다하고 있다)


넉넉한 시간은 어딜 가도 마음 편히 둘러보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참 좋다. 30일 오후, 넉넉한 시간을 보낼 목적지는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국립해양과학관’으로 정했다. 사실 최근 텔레비전에 고향인 울진이 가끔 나온다. 거기에 더해 주변에서 ‘국립해양과학관’을 다녀왔는데 참 좋았다고들 해도, 지척에 두고도 뭐가 그리도 바빴던지 다녀올 마음을 내지 못했었다.


한번은 다녀와야지 했어도 가보지 못한 ‘국립해양과학관’, 여러 공간들이 있다는 데 그 중에서도 ‘바닷속전망대’는 땅에서 바다까지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해상 인도교가 국내에서 최장길이인 393m이고(정식 명칭은 ‘바다마중길 393’이라고 한다), 심해 7m를 내려가 바닷속 물고기를 볼 수 있다고 진즉부터 알고 있던 터라 꼭 가보고 싶었다. 가기 전에 전화해서 바다날씨도 확인했다. 파도가 높아 풍랑주의보가 내리면 해상 인도교가 워낙 긴 길이라 안전을 위해 통제한다고 들은 적이 있어서다. 다행히 어제 오후는 괜찮다고 했다. 다만 바닷속이 깨끗하진 않아 물고기를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친절히 안내하지만, 내친김에 다녀오자, 넉넉한 시간과 마음은 이미 바닷속전망대를 그리고 있었다. 이미 결정한 발걸음은 가벼웠다.

250130 국립해양과학관 (1).jpg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외관


우리나라에서 ‘국립해양과학관’은 울진과 부산 2곳으로, 여기는 지난 2020년에 개관했다고 한다.

주차장에 도착해 바라본 과학관 건물은 조용한 바닷가 바로 옆으로 지리적 조건이 해양과학관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층으로 지어진 외관 건물은 시골에 있을 법한 과학관 크기는 아니었다. 컸다.

‘역시…. 국립이구나…. 국립이라 이렇게 크구나….’


내부로 들어가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해양과 관련한 교육, 전시, 체험프로그램이 많고 다양했다. 바닷속 세상을 건물 내 담으려 노력했구나! 솔직히 살짝 감탄도 나왔다.

250130 국립해양과학관 (9).jpg

초등학생쯤 보이는 자녀 둘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하나하나 체험을 하고 서로 얘기하는 걸 보면서 덩달아 나도 흐뭇해서 기분이 좋았다. 이미 오래전이지만 나도 아이들이 어릴 때 과학관, 체험관, 전시관을 숱하게 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와서였다. 지금은 아이들 키우느라 힘들고 고단하겠지만, 그 젊은 부부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이 좋아요…. 애들과 많은 시간 보내주세요. 아이들이 지금을 마음에 기억해요 ’


2층과 3층은 기획전시실과 상설 전시실로 나눠 바다의 탄생, 해양 생태계,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해양 예측 시스템 ‘쿠스’ 등 10개의 존으로 구성된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전시뿐 아니라 자연재해인 토네이도, 지진, 쓰나미 체험 장비와 대륙별 해수면 상승에 대한 경고 프로그램이었다. 이제 과학관에서도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 그리고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 교육을 포함하고 있다는 게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론 위험에 빠진 지구환경이 염려되었다.


끝으로 내가 꼭 와보고 싶었던 바닷속 전망대를 향해 외부로 나왔다. 시원한 파도 소리와 함께 393m 바다 위 길은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실제 걸어보지 않으면 전달받기 어려울 것 같다. 신나는 발걸음으로 도착한 바닷속전망대 엘리베이터는 B1~2층인데, B1은 심해 7m, 2층은 전망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닷속으로 내려가는데 사실 두근두근한다. 내가 지금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닷속으로 내려가고 있는 거니까 말이다. 고기를 보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는데 다행히 운이 참 좋았다. 유리창에 붙은 소라와 문어를 만났으니 말이다.

250130 국립해양과학관 (7).jpg 바닷속전망대


7m 심해 바다에서 만난 소라와 문어, 저 멀리 보이는 고기떼(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았다)들을 신기하게 본 후 전망대로 올랐다. 저 멀리 동해바다를 시원하게 바라보다 문득 궁금했다. 날씨가 궂으면 바닷속전망대 입장을 제한한다고는 하는데, 태풍이 오면 견딜수 있을까 싶었다. 왜냐면 저 멀리 보이는 건물에서부터 393m나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마침 근무하는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250130 국립해양과학관 (5).jpg 바닷속전망대를 가는 길 '바다마중길393'


”만약 태풍이 오면, 괜찮은가요? 동해가 태풍이 그래도 자주 오는데....“


저 멀리 노란색 표식 2개를 가리킨다. 저 노란색 표식이 있는 곳 바다 밑에 수중방파제를 만들어 두었단다. 자세히 보니 그 표식 부근에 파도가 친다.

250130 국립해양과학관 (4).jpg 바닷속전망대를 태풍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는 바닷속방파제 표식

‘아...걱정안해도 되는구나..역시..참 우리나라 기술 좋아..’


이렇게 어제 오후 넉넉한 시간은 ‘국립해양과학관’에서 보냈다. 혹시 내 고향 울진을 지나가는 분들이 계신다면 한번은 들러 내가 만난 ‘소라’‘문어’가 있는 바닷속전망대를 꼭 다녀가시길 권해본다.

250130 국립해양과학관 (2).jpg 바닷속전망대 창문너머에 붙어있는 문어
250130 국립해양과학관 (3).jpg 바닷속전망대 창문너머에 붙어있는 소라

국립해양과학관 홈페이지 https://www.kosm.or.kr/


26.2.1.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 기사로 게재된 글입니다.

기사는 오마이뉴스에서 수정한 내용으로 올라갔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0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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