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억세게 운좋은 여자

by 선심화

우리 몸도 에너지 총량법칙이 있나보다


점심에 국수와 김치전을 먹었다

퇴직하고 부모님 곁으로 온 큰딸이 식사준비하는게 영 신경쓰이시나보다

밖에서 먹을래? 하신다


아니요. 오늘은 국수해먹어요...

시간맞춰 계란을 지지고 김을 꺼내고 국수를 삶고 김치전 딱1장을 준비하면서

하기 싫치 않았다. 좋았다.


각자에게는 쓸 수 있는 총량 법칙이 있나보다


돈버는 곳에서 에너지를 쓰지않으니 다른 곳으로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모양이다


한끼 한끼 해먹는게 그리 힘들지않다

매 끼를 먹어야 하니, 그 매끼를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

그리 싫치 않다


입짧은 아버지 입에 맞는 음식은 아무래도 57년 같이 산 엄마보다

내가 나은 모양이다


분산하고 나누어야 할 에너지를 소박하게 먹는 것에

투박하지만 글쓰기에 사용하니 몸 저 깊숙한 곳에 작으나마 에너지 충전소가 차오르고 있다.


나도 모르게 고갈된 에너지 충전소를 너무 돌보지 않았나보다

나는 괜찮은 줄 알았나보다

힘들다고 에너지가 없다고 그만하라고 몸이 먼저 말했는데

이제야 알아듣고 결정하길 잘했다


난 운이 좋다

억세게 운이 좋다

24년말 퇴직했으면 미련이 남았을 것같다 틀림없이 후회했을 것 같다

1년 더 일하면서 에너지창고를 탈탈 털고 나온 나는...

억세게 운 좋은 여자다...



25.12.21. 퇴직하고 고향에서 한참을 지내면서 긁적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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