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베이비

“등록된 차량이 입차하였습니다” 아침부터 목이 빠져라 기다린 소리..

by 선심화

일요일 오전이면 우리집으로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조카아이가 방문한다. 이제 막 6개월이다. 조카는 고모가 넷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제일 큰 고모다.


아이가 태어나 100일 정도 지날 무렵부터 한 두 번 오던 것이 정례 행사처럼 되었다.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동생부부와 조카 오는 일정이 제일 우선순위다. 금요일 저녁부터 차량을 등록하고 일요일 아침은 일어나면서부터 마음이 바쁘다. 아가가 오전 잠을 자고 나서 출발하니 이른 시간에 오는 게 아닌데도 청소기를 밀고 걸레로 닦고 조카 오기롤 기다린다. 어제 아침도 마찬가지로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데 11시 가까이 “등록된 차량이 입차하였습니다” 소리에 벌떡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렸다.


나와 동생은 14살 차이가 난다. 내가 중학교 2학년때 동생이 태어났다. 내가 학교를 한 해 일찍 들어간 탓이다. 딸만 넷인 집에 막내로 남자아이가 태어난 거다. 동네에선 드디어 딸만 넷인 집이 아들을 얻었다며 경사났다는 듯 기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딸로 태어난 게 뭐 내 잘못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그때부터 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엄마는 넷째 딸이 태어났을 때 남들이 여자아이라 무시할까 공주라고 불렀다. 지금도 엄마는 “아이고 우리 공주...” 이렇게 부른다. 그 공주가 나이가 마흔 일곱이다.


살기 팍팍한 집안 사정으로 엄마는 시장에서 장사를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난 이후부터 남동생은 어김없이 내몫이다. 하교길, 뒷 건물에 있던 남학생들과 마주칠까 나의 하교시 교문 통과는 항상 1등이였다. 냅다 뛰어 시장으로 가 동생 팔을 잡아당겨 빠른 걸음으로 집까지 가곤 했다. 지금도 그때 동생 팔이 빠지지 않은게 신기해 가끔 그 시절을 생각하다 혼자 웃는다.


그 남동생이 결혼을 하고 10년간 아이가 없어 엄마는 속을 태웠다. 그래도 티내지 말라고 여러번 딸들이 얘기했지만 엄마 속이 타들어가는건 옆에서 봐도 티가 나더라. 그렇게 기다렸던 윤이다. 늦게 늦게 찾아온 귀한 윤이를 대하는 동생이 참 유난스럽다 싶다. 그래도 한번은 윤이볼에 본인볼을 비비는 동생을 보며 코끝이 찡하더라니, 아이가 없었으면 자식에 대한 사랑을 동생이 느껴보지 못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부모에게 자식은 그런거더라. ‘자식을 낳아 키워봐야 어른이 된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최근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가 우리나라 저출산문제를 언급하며 “만약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3세대 안에 한국의 인구는 현재 인구의 약 3% 수준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지금의 대략 27분의 1 수준이죠."

"그 시점에서는 북한이 침공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냥 남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됩니다."

며칠 전 이 기사를 보고 충격받았다.


우리나라가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대체출산율이 2.1명이라고 한다. 최근 출산율이 아주 조금 반등하고 있다고 보도되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전례없는 위기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정책들이 쏟아지고 지자체별로 앞다투어 출산장려금을 지원해도 좀처럼 쉽지 않다.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지만 그래도 이대로는 안된다.


이 땅에서 내 자녀가 그리고 그들의 자녀가 서로 어울러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인구 절벽시대가 한 개인의 잘못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는 하다. 자녀를 다 키운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찾아보고 응원해야한다. 지나가는 유모차 아가들에게 인사하는 것이라도 해야한다. 아가를 키우는 엄마들이 혼신을 다해 키우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알지 않는가.


오늘이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인데 윤이가 보고싶어 주말이 오기까지는 어제 찍은 사진만 볼거같다.


26.1.19.어제 다녀간 동생네 식구를 생각하면 긁적긁적...

20260224_065737.jpg 아가 우유병이랑 분유쉑쉑..세상 많이 좋아졌다. 들고 흔들던 우유병이 저안에서 잘 섞인다. 신기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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