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봄: 씨앗의 계절
〈7장. 싹의 기척〉
며칠째 비가 내렸다. 아이들은 창가에 붙어 운동장을 보며 입을 내밀었다.
“선생님, 오늘도 텃밭 못 가요?”
“비 그치면 가자. 흙도 쉬어야 하니까.”
정원은 아이들의 투정을 웃으며 받아주었다.
다음 날,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비를 잔뜩 머금은 흙은 검고 반짝였고, 텃밭 가장자리에는 빗물이 작은 호수처럼 고여 있었다. 아이들은 종이 울리자마자 텃밭으로 달려갔다.
“선생님! 여기요, 진짜예요! 싹 났어요!”
상희가 외쳤다. 정원은 아이들이 둘러선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작은 연두색 줄기 하나가 검은 흙을 뚫고 나와 있었다. 손톱보다도 작은 생명이었다. 줄기 끝이 햇빛에 닿아 아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었다.
“내가 물 줬어요!”
“내가 흙 고르게 했어요!”
“내가 모종 꽂았잖아!”
작은 웃음들이 텃밭 위로 가볍게 흩어졌다.
정원은 아이들 너머로 그 싹을 바라보았다.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비에 젖어 더 짙어진 흙냄새가 천천히 폐로 들어왔다. 그때였다.
“제가… 심었어요.”
아주 작은 목소리.
정원은 고개를 돌렸다.
수영이었다.
햇빛을 등진 큰 몸이 조금 흔들리고 있었고, 그의 손끝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눈빛은 여전히 경계가 배어 있었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가 아주 작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정원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가 심었구나.”
수영은 잠시 정원을 바라보더니 다시 작게 말했다.
“제가… 심었어요.”
어? 수영이가…? 상희는 문득 어딘가 낯선 감정을 느꼈다. 수영이의 손끝은 흙으로 더럽혀져 있었지만, 그의 표정에는 처음 보는 조심스러운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승욱이도, 수영이도… 둘 다 뭔가 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만… 제자리인가?
승욱과 상희가 나란히 서서 싹을 보며 상희가 말했다.
“이거 우리 반 토마토 맞죠?”
“응, 맞아.”
멀리서 종이 울렸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소리. 그러나 누구도 교실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둘러선 채로 작은 싹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어깨 위로 햇빛이 고르게 내려앉았다.
정원은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래… 이제 정말 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