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우리 손자는 속한 번 안쌔겼어. 착한 애야.
나 20살 때 그 애를 만났다. 그 애 할머니를 사람들은 첩이라 불렀고,
첩의 아들. 그 사람은 그 애 아빠. 그러니까 나에게는 시아버지 될 사람이었다.
그 애는 정말 그랬다. 할머니 말씀대로. 하루 종일 짧은 쇠 끈에 묶여있어도 불평하지 않던 우리 시골 동네 개들 같은 남자였고. 나는 화가 날 땐 수박처럼 시뻘건 속을 다 내보이며 악다구니를 질렀는데 걔는 그냥 말을 꿀꺽 삼켰다.
나랑 걔랑 뉴펀들랜드 반지하에서 악을 지르며 싸우던 날. 걔가 울면서 그러더라.
"우리끼리라도 잘 살아야 될 거 아니야. 우리는 우리밖에 없는데 서로 아프게 하면 갈 데도 없잖아.
뉴펀들랜드까지 왔는데. 여기까지 왔으면 잘 살아 될 거 아니야."
걔가 울면서 말을 하는데 나는 걔 입에서 떨어지는 침 같은 것만 봤어. 차마 걔 눈은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슬픈 눈은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우리는 울다 지쳐 잠들었고 다음날 퉁퉁 부은 눈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마지막 라면을 끓였다.
"라면은 역시 한국라면이 젤 맛있어." 걔가 말했고 내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