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이야기.
캐나다에서 애를 낳았다. 무식했다. 일터에서 양수가 터졌는데 그걸 몰랐다. 속옷에 피가 묻어있었다.
일터에서 잡아준 택시를 탔다. 병원에서는 자궁이 5cm가 열려 있다고 했다. "안 아팠어요? 꽤 아팠을 텐데."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간호사가 말했다.
아픈걸 잘 참는 나였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가난하면 아픔을 잘 참게 된다. 돈 때문에 돈 덕분에. 어쨌든 나는 유니폼을 입고 자연분만으로 애를 낳았다.
다음날 핏덩이와 남편과 집에 왔다. 친구가 차로 운전해 준 덕분에 편하게 올 수 있었다. 피 묻은 속옷을 화장실 분홍 세숫대야에 세제를 풀어 담가 놨다. '이따 빨아놔야지.' 하면서. 애한테 젖을 물리고 나도 잠에 들었다. 소변이 마려워서 일어났을 때 밖은 아직 어두웠다. '아직 새벽인가.' 문득 밖에서 물 찰박거리는 소리가 났다.
따끔거리는 밑을 부여잡고 화장실로 걸어갔다. 코끼리 만 한 남편이 화장실 욕조에 쪼그리고 있었다. 피 묻은 속옷 손빨래를 하면서.
사랑을 볼 수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생각했다. 하얀 욕조에 빨간 것들이 떠내려 갈 때. 나는 다짐했다. 어떤 모습이어도 나도 널 사랑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