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캐나다에서 부인 속옷 손빨래 하는 남자.

우리 남편이야기.

by 캐나다 부자엄마

캐나다에서 애를 낳았다. 무식했다. 일터에서 양수가 터졌는데 그걸 몰랐다. 속옷에 피가 묻어있었다.


일터에서 잡아준 택시를 탔다. 병원에서는 자궁이 5cm가 열려 있다고 했다. "안 아팠어요? 꽤 아팠을 텐데."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간호사가 말했다.


아픈걸 잘 참는 나였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가난하면 아픔을 잘 참게 된다. 돈 때문에 돈 덕분에. 어쨌든 나는 유니폼을 입고 자연분만으로 애를 낳았다.


다음날 핏덩이와 남편과 집에 왔다. 친구가 차로 운전해 준 덕분에 편하게 올 수 있었다. 피 묻은 속옷을 화장실 분홍 세숫대야에 세제를 풀어 담가 놨다. '이따 빨아놔야지.' 하면서. 애한테 젖을 물리고 나도 잠에 들었다. 소변이 마려워서 일어났을 때 밖은 아직 어두웠다. '아직 새벽인가.' 문득 밖에서 물 찰박거리는 소리가 났다.


따끔거리는 밑을 부여잡고 화장실로 걸어갔다. 코끼리 만 한 남편이 화장실 욕조에 쪼그리고 있었다. 피 묻은 속옷 손빨래를 하면서.


사랑을 볼 수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생각했다. 하얀 욕조에 빨간 것들이 떠내려 갈 때. 나는 다짐했다. 어떤 모습이어도 나도 널 사랑해 줄게.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8화캐나다에서 일본친구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