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늘 내 안에 있으니까

by 캐나다 부자엄마

사는 게 그래. 내가 스무 살 때 영어를 배우고 싶었거든.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그때 사람들이 그랬어. 늦었다고 영어는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스무 살 중반이 돼서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더라. 남들 신경 안 쓰고 자유롭게 삶을 꾸려가는 모습이 멋있더라고. 사람들이 또 그러더라. 외국은 아무나 가냐고. 돈이 있어야 된다고. 뭐만 하면 다 안되고 다 늦었다고 힘들 거라고.


결혼을 할뻔했어. 남잔 아파트도 있었고 차도 있었어. 멋진 사람이었지. 내 인생이 이렇게 피는구나. 그래, 누구 말마따나 남자하나 잘 잡아서 꽃길만 걷는다고 생각했어. 상견례도 하고 다 했거든. 근데 테이프로 얼기설기 붙여놨던 내 가난이 하나둘 터져버린 거야. 남자가 말했어. "난 너네 집이 부담스럽다고 그걸 끌고 갈 용기가 없다고." 맞아. 사실 나도 그랬거든. 우리 집이 부끄러웠어. 손바닥으로 가리고 온몸으로 막아도 가난은 틈을 비집고 쏟아지더라.


죽으려고 했어. 미친 짓을 많이 했어. 죽으려고. 눈만 뜨면 하루 종일 죽을 생각만 했거든. 비참했어. 산다는 게 목숨이 붙어있다는 게. 그날은 정말 내가 죽은 줄 알았어. 먹지도 못하는 팩소주를 한팩 다 비우고 계속 날 찔렀거든. 눈을 떴는데 아직도 살아있더라. 질겨. 질기더라.


이불이며 베개며 피가 다 엉겨 붙어 있었어. 그냥 어디라도 가서 뛰어내려야겠다고 집을 나갔거든. 그 사이에 아빠가 경찰에 신고를 한 거야. 내가 울 아빠한테 뒤지게 맞으면서 컸거든. 난 아빠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는데 무서운 거야. 억울하더라고. 사실은 나 정말 잘 살아보고 싶었어. 웃기지 죽으려고 악을 쓴 게 사실 살고 싶었던 거야. 이번생은 망했다고 다신 돌이킬 수 없다고 그래서 죽고 싶었던 거야.


꺼놨던 핸드폰을 켰는데 경찰한테 문자가 와있더라. 집에 돌아가라고 뭐 그런 내용이었던 거 같아. 한참을 다리 위에서 서 있다가 내가 좀 안쓰럽더라고. 한 번도 나는 내 힘으로 내 인생을 바꿀만한 노력을 해본 적이 없던 거야. 그때부터였어. 돈에 환장한 사람처럼 사과처럼 몸을 깎아가며 돈만 벌었어. 공장청소니 계란공장이니 가리지 않고 돈을 벌었어. 민병철 어학원도 다니면서 영어를 배웠어.


그게 벌써 이십 년 전 이야기야. 정답은 늘 내 안에 있더라. 시간이 걸리고 빙 돌아가는 일이 있어. 사는 게 그래. 내가 날 죽이려고 했는데 뭔들 못할까 싶어. 캐나다에 왔어. 안되면 죽기밖에 더 하겠어라는 맘으로 온 거야. 안 되는 건 없더라. 안 되는 건 없어. 죽으려고 했던 용기로 닥치는 대로 다 했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돈 없어서 말고 부모가 가난해서 못 배워서 그런 거 말고 남들이 안된다고 해서 그런 거 말고 자기 자신을 믿고 무모하고 멍청하게 보여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


정답은 늘 내 안에 있으니까. 날 믿고 날 많이 사랑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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