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보던 곳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으로 고래가 사라진다. 오랫동안 숨을 참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조용한 물속에서 고래는 움직일 것이다. 무겁고 천천히. 마치 내 마음 깊이 가라앉은 어떤 슬픔들처럼.
한 번씩 고래는 물 위로 떠오른다. "푸우" 오랫동안 참고 있던 숨을 뿜으면서.
사는 게 벅찰 때가 있다. 잘 사는 것 싶다가도 한두 번씩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목표했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나이 40이 다 되도록 뭐 하나 이루어놓은 게 없다고 느꼈을 때.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에 끝 모를 바닥에 가라앉는다. 내가 날 놓는다.
윗집 할아버지랑 고래를 자주 보러 가던 곳이었다. "고래는 깊이 가라앉았다가 한 번씩 떠올라 숨을 내뿜는 거야. 우리와 비슷하지. 한없이 잠겨있는 건 없단다. 고래처럼 언제고 떠오를 수 있어." 할아버지는 말했다.
무거운 마음들은 자꾸 가라앉았다. 아프고 힘겨운 날들이더라도 다시 높게 떠오르기 위해 가라앉는 거라고. 뉴펀들랜드 고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