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다리 위에 올라간 건 오후께였어. 폰은 꺼 놨어서 시간은 모르겠네.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 왜 여기까지 왔을까? 다리 난간을 잡고 흘러가는 물을 내려보며 생각했어. 왼쪽 손목은 피딱지가 엉켜있었고 그래 난 죽으려고 했어. 잘하는 게 없었지 남자랑도 헤어지고.
용기가 안나. 죽으려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더라. 쪼그려 앉아 핸드폰을 켰어. 띡띡 경찰이라고 문자가 와있더라. 얼핏 보니까 아빠가 걱정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무서워서 다시 폰을 껐어.
거기서 한동안 있었어. 주위가 어두워지고 하늘에 달 같은 게 떴을 때까지. 생각이 무거웠어. 무거운 생각이 금방 돌로 변해 날 누르더라. 아빠 생각이 났어. 아빠가 생각나더라. 아빠는 왼쪽 다리를 절어서 왼쪽 신발이 닳아있거든 항상. 그 생각이 났어.
버스를 탔어. 어쩌면 막차일지 모를. 버스 뒷자리에 앉아 서울을 빠져나왔어. 돈가스 집 간판이 반짝이더라. 담엔 이런 거 말고 돈가스를 먹으로 서울에 오자고 다짐했어.
별것 아닌 이유로 죽으려고 했으니까 별것 아닌 이유로 살자고. 내가 나에게 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