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의 이야기.
"남편이 때렸어.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람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살고 싶어서 캐나다로 도망쳤어. 난민 자격으로."
근무시간이었다. 나는 직장동료인 그녀의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느닷없이 그녀가 말을 꺼낸다. 오래된 바게트처럼 딱딱한 목소리로 그녀, 자기 이야기를 했다.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지금 상황과 맞는 말은 무엇이 있을까?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먹먹한 표정으로 그녀만 보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이야기를 잇는다.
"나는 이혼을 했어. 아프가니스탄에서. 남편이 아들을 뺏어간다고 해서 600만 원을 남편 한데 주고 아들을 다시 사 왔어."
그녀가 이야기를 끝내고 내 눈을 바라본다. 웃으면서. 그 미소에 마음이 저린다. 아, 울면 안 되는데.
"이츠 오케이. 괜찮아." 내가 대답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대답이 기껏 잇츠 오케이였다. 그녀가 나를 보고 다시 웃는다.
나는 나만, 내 발목에만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대롱대롱 달고 산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다고, 나만 억울하다고, 그래서 내가 나를 아프게 했는데, 그녀의 덤덤한 자기 고백을 듣고 나서 눈 언저리가 뜨거워졌다.
"이츠 오케이. 나도 많이 맞고 자랐어요. 하하하 그래서 캐나다까지 왔는지 모르겠어요. 당신을 만나려고. 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안았다. 뜨겁게. 마치 아프가니스탄에 두고 온 아들을 안아주는 것처럼. 한동안 우리는 아무말없이 서로를 안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기로 했다. 변하지 않을 영원한 응원.
지금도 혼자만의 힘겨운 사투를 벌이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녀같은 그리고 나와 같은 당신에게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그녀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모두 잘 버텨 보자고. 버티면 좋은 날이 온다니까. 미리 겁먹지 말고 내가. 나를 포기하지는 말자고. 어떤 일이 와도 나 자신을 놓지 말자고.
아프가니스탄에 아들을 두고 온 그녀를 보며 다짐했다.
잘될거예요. 우리가 꼭 그렇게 만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