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던 캐나다 이웃들에게.
"피넛버터 쿠키 구웠는데 한번 먹어 보라고 가지고 왔어."
15년 전. 캐나다 취업사기를 당했다. 한국에서 쓰리잡을 하며 모았던 천만 원을 잃었다. 내게 남은 건 흰색 하나은행 봉투에 안에 남아있는 돈. 백 오십만 원이 전부였다.
가진돈을 탈탈 털었다. 뉴펀들랜드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샀다. 그 동네에서 제일 싼 반지하집에서 2년 넘게 살았다. 운이 좋았다. 윗집이며 앞집 이웃분들은 천사였다. 이불도 없어 한국에서 가져온 겨울코트를 둥그렇게 말고 자던 나에게.
"어머. 세상에."
한날은 앞집 아주머니가 나의 반지하에 들린 적이 있었다. 반지하의 창문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나의 반지하를 환하게 비쳐주었다. 그걸 천으로 가려주신다고 오신 거였다.
반지하에 있는 가구라고는 덜렁 이민가방과 백팩이었다. 백팩을 베개 삼아 잠을 잤다. 반지하에는 나 혼자 뿐이라 그렇게 살아도 괜찮았다.
일주일이 지나고 아주머니는 직장 동료들이며 남편의 직장동료들에게 내 이야기를 했다.
이름도 모르는 백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집에 가구를 들고 왔다. 책상이며 식탁이며. 나는 머리를 열댓 번을 꾸벅이며 땡큐라고 밖에 하지 못했다. 돈을 드리고 싶었는데 주머니 사정이 딱했다. 내가 드릴 수 있는 건 시원한 물 한잔이 전부 였다.
그녀는 내 반지하의 창문을 똑똑거리며 어떤 날은 피넛버터 쿠키를 그리고 어떤 날은 당근케이크를 만들어 나누어줬다.
그런 마음들이었다. 내가 캐나다에서 잘살아야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지 마음을 굳게 먹은 건. 다 그런 마음들 덕분이었다.
밴쿠버에서 집을 산날. 전화를 걸어 모두 그녀 덕분이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때 내가 그녀에게 받은 건 그냥 피넛버터쿠키가 아니었다고 생전 누구에게 받아보지 못한 응원이었고 잘할 거라는 희망이었다고.
나는 짧은 영어로 더듬거리며 마음을 전했다.
고맙습니다.
나중에 다시 한번 뵙고 싶어요. 제가 뉴펀들랜드에 놀러 가겠습니다. 전 잘 지내고 있어요. 내가 세상에서 사랑하는 우리 클레어 아주머니도 건강하게 지내세요. 늘 고마웠습니다. 저에게 건네주신 응원의 마음을 하나도 까먹지 않고 있다가 삶이 힘들면 하나씩 꺼내 볼게요. 고맙습니다. 절 믿어주고 안아주신 마음. 잘 간직하겠습니다. 사랑해요 :)
밴쿠버에서 마음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