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비교했었다.
여자 이민자들을 위한 ESL 영어수업 시간이었다.
한국인인 나를 비롯해 중국, 파키스탄, 필리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여자 이민자들이 영어 수업을 듣는다.
"오늘은 첫 수업이니까 간단한 자기소개랑 왜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지 말하기로 해요."
필리핀에서 왔다던 선생님의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고 선생님의 오른쪽에 앉아있던 여자가 일어난다.
나는 그거랑은 상관없이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하나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왔어요." 여자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여잘 쳐다봤다.
"캐나다 와서 남편이 나를 때렸어요. 괜찮았는데 아이까지 때려서 911에 신고했는데.."
여자는 감정이 격해졌는지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이 일어나서 여자의 등을 토닥거렸다.
"911에 신고했어요. 그냥 help. come 막 그랬는데, 막상 경찰이 왔는데 내가 영어를 못해서 내 말은 안 듣고 남편 말만 듣는 거예요."
여자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어떻게 자기소개를 할까 내 생각만 했던 나는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어들어가고 싶었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힘겹게 꺼낸 남의 불행 앞에서 나는 이기적인 나는, 세상에는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많구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는 이제 하다 하다 불행까지 비교를 하고 앉아 있었다.
처음 본 사람들 앞에서 피부색도 다르고 옷차림도 다르고 한 사람들 앞에서 마음을 터놓는 여자가 부러웠다. 그만큼 강해 보였고, 영어를 잘해서 사랑하는 아이를 지켜주겠다던 여자의 목표는 굳건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아픔을 저울질하고 있던 나는 그게 또 부러웠다.
사람들은 저마다 크고 작고 슬픔 뭐 그런 걸 안고 살아가는데 나만, 나 혼자 맹꽁이처럼. 맹꽁맹꽁. 나 마음이 아파요. 아파요. 여름철 개울가의 맹꽁이처럼 맹꽁이 소리를 내며 살았다는 게 부끄러웠다.
눈빛에 마음을 담아 여자를 바라봤다. 우리 다 잘 될 거라고. 눈빛으로 여자를 안아주었다. 멍든 사과처럼 마음에 든 멍을 감추고 살아왔던 나에게도 잘 될 거라고 내가 응원을 보냈다. 그 여자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