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생활 15년 차에게 묻는다.
'한국이 좋아? 캐나다가 좋아?'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파리 올림픽이 열리던 해. 나는 별 다섯 개짜리 호텔에서 일을 하는 중이었다. 쉬는 시간에 '티브이나 볼까' 하고 들어간 직원 휴게실에서 한국과 캐나다가 경기를 하고 있었다.
"코리아 파이팅. 코리아가 이겨야지." 나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국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캐나다에 이민 온 지 40년이 넘었다던 중국 아주머님도 캐나다보다 자기가 태어난 나라. 중국을 응원하고 있었다.
한국이 싫어서 떠난 건 아니었다. 잘 살고 싶었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내 나이 29살. 나는 그렇게 내가 태어난 나라. 한국을 떠났다.
캐나다에서 산지도 15년이 넘었다. 자리 잡을 때까지만, 돈을 모을 때까지만 살아야지.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야지. 그게 벌써 15년이다. 자리는 잡았고 돈도 모았다. 많이는 아니어도. 그래도 여전히 나는 한국에 돌아가지 못했다.
15년이다. 그게 벌써.
나는 한국에서 행복하지 못했다. 나는 한국에서는 기준 미달 여자애였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보러 강릉으로 갔을 때도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안될 거야. '서울대 나온 애들도 좋은 데 취업 못한다는데 지방대 나는 어림도 없지. 나는 한국에서는 절대 안 될 거야.' 선을 그었다. 몇 번 하다 쉽게 포기를 했다. '이것 봐. 내가 안된다고 했지?' 내가 그랬다.
행복은 비교가 아니었다. 행복에는 남과 같은 기준이란 건 없었다.
비가 오지 않아 좋은 날,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나를 보며 웃어주는 바리스타 이 모든 것들이 캐나다 생활에서 알게 된 행복이었다. 캐나다에서 살면서 내가 행복의 기준으로 삼았던 것은 돈이나 명예 같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었다.
한국과 캐나다, 어느 쪽이 더 좋은지 묻는 질문에 이제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에 있든, 행복은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거야. 내가 어디서 웃을 수 있고, 어디서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
한국은 내가 떠나온 곳이지만 여전히 그리운 나의 고향이고, 캐나다는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 나를 한 뼘 더 자라게 해 준 곳이다.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둘 모두가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느끼고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나는 나이 40이 넘어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