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진 Jan 11. 2024

외교관과 유학생의 사명

공무원(公務員)과 공무원(空無員)

나는 해외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우리나라 정부와 협력하여 문화사업을 수년 동안 한 적이 있다. 문화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나를 거쳐간 3명의 한국 대사를 비롯해 수 명의 외교관들이 있었는데, 이들 중 국가 간 공식 행사 때 애국가를 부르는 외교관을 본 적이 없다. 현지 국가의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국가를 힘차게 목청껏 부르는데, 우리나라 대사를 비롯한 해외 공관직원들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고 나 혼자만 옆에서 열심히 애국가를 부른 경우가 다반사였다. 내가 오죽 한심하게 여겼으면 그 광경을 동영상을 찍으려 하였다. 요즘 같았으면 동영상을 촬영하여 SNS에 올렸을 것이다. 마치 애국가 부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표정들이었다. 일반 국민들은 해외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는데, 해외공관직원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러니 잊을만하면 해외공관직원들이 사고 치는 뉴스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가끔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들은 그들의 지도에 동해가 아니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 이 사실에 대해 외교관들은 과연 안타까워할까?


해외 대학에서 인문사회학, 특별히 국제정치와 문화, 역사와 관련된 동북아 지역의 자료를 찾으면 대부분 논문들이 일본인들이 쓴 것들이다. 간혹 중국인들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이 쓴 논문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1960년대부터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동북아의 역사, 정치, 문화, 사회의 중심이 일본이라는 것을 알리고 학문적으로도 많은 자료들을 남겼다. 내가 초창기 중동아 지역에 와서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면서 동북아에 대한 중동인들의 시각은 어떤지 조사를 해본 적이 있다. 중동인들은 무엇을 참고하여 동북아 지역을 보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나는 조사 과정에서 깜짝 놀랐다. 이들은 모두 일본인들이 쓴 논문들이나 책으로 동북아를 평가하고 있었다. 이것은 아마도 다른 국가들 상황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더 충격적으로 느꼈던 것은 지금도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한반도를 강제 합병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그나마 한류문화로 인하여 우리나라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국제 여론은 일본 편이며 문화적으로도 일본과 한국을 거의 하나로 취급하고 있다. 

일본의 대학생들은 해외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동북아의 역사를 자신들 중심으로 기록하며 많은 자료를 남겼는데, 우리나라 해외 유학생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자신들의 밥벌이 목적으로 공부했다면, 일본의 유학생들은 자신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공부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이란 경제적인 관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인문학적인 관점도 있다. 아니 어쩌면 경제적인 관점보다 인문학적인 관점이 더 중요할 것이다. 기술과학과 경제학은 인간의 배를 채우는 것이지만, 인문학은 한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나는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유학생들이나 외교관들이 먹고사는 문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에서 국가의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인문학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 역할을 유학생들과 외교관들이 감당해주어야 할 것으로 본다.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외교관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이 공부를 했겠는가? 그런데 공무원이 되는 순간 밥벌이 생각으로만 가득 차서 맹해져 가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렇게 똑똑한 엘리트가 시험에 합격하여 공직에서 근무하는 순간부터 이런 공무원(公務員)에서 이런 공무원(空無員)으로 점차 바뀌는 것 같다다시 말해서 국가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 국가의 공무를 집행하는 관직자에서 머리가 비고아무 생각이 없는 관원생이 되어버린 것이다내가 너무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을 비하했는가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이것이 현실이다외교관으로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는 이상 이런 비난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내가 이렇게 공무원(空無員)을 표기한 것은 아주 절제했기 때문이다사실은 이렇게 표기하고 싶었다. 공무원(空無猿) 


유학생들이 진정한 외교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제는 먹고살 일에 대해 논문 쓰는 것을 잠시 중단하고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한 논문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제 강제 점령을 또다시 겪게 될 것이다. 만약 다시 겪게 된다면, 이제는 36년이 아니라, 360년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은 지금도 이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난 수백 년 한반도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왜구들의 침략은 시대가 지남에 따라 점차 횟수가 늘어났고, 한반도 점령 기간도 늘어났다. 그러다가 임진왜란 7년, 그리고 강제점령 36년이 되었다. 이제 이러다가 강제합병 360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남아지역을 보면 식민지배를 몇 백 년 겪은 나라가 있는데, 미래에 우리도 그렇게 당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작가의 이전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