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딜란'의 성적
토요 학교의 한 달간 방학이 끝나고 다시 시작되었다.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웃 동네 주민 몇 명이 자신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토요 학교에 참가 신청했다. 교사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수업의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학생들을 배치하였다.
‘딜란’도 친구와 함께 열심히 공부했다. 그녀의 학교 성적 상황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시골 학교라는 것을 감안하더라 너무너무 형편이 없었는 상태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토요학교가 시작된 이후 줄곧 그녀가 공부를 잘한다고 했는데 학교에서 전교 1,2등 한다고 매주 만날 때마다 자랑했다. 물론 시골의 교육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토요 학교 담당 교사는 그녀의 아버지 말에 귀를 기울지 않았고 학업의 기초를 잡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세밀하게 살폈다.
몇 주 후 담당 교사는 그 도시의 유명 학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모의고사 시험지를 구해와 ‘딜란’과 그의 친구에게 시험을 치게 했다. 물론 결과는 참담했다. ‘딜란’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 국어 30점, 수학 (-) 20점, 현지 교육 시스템에는 마이너스(-) 점수가 있다. 정답 숫자보다 틀린 숫자가 많으면 마이너스(-)가 된다. 그래서 문제를 풀다가 모르면 비워 놓아야지 행운을 바라고 체크를 할 경우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영어 0점, 기타 과목들은 거의 대부분 20점 이하였다. 그녀의 친구 점수는 더 좋지 않았다. 담당 교사는 시험의 결과에 할 말을 잃고 한동안 멍하니 들판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녀의 아버지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어깨도 으슥 거리며 당당하게 걸어와서 이렇게 말했다. “시험 결과는 어떻게 나왔어요? 당연히 평균 점수가 90점 이상이죠? 학교에서 1.2등 하니까 그 정도는 나와야죠” 담당교사는 답변을 하지 않고 웃음기 없는 얼굴로 그를 응시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성적이 생각보다 별로 인가 봐요? 90점 이하인가요? 70,80점대인가요? 평균이 7~80점대이면 심각한데… 그동안 저희 딸이 공부를 제대로 안 했나? 성적이 많이 떨어졌나 봐요. 제가 혼을 좀 낼까요?” 여전히 교사는 아무 대꾸가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한참 동안 혼자서 의미 없는 말로 떠들었다. 교사는 시험의 결과를 그녀의 아버지에게 도저히 알려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제야 심각성을 깨닫고 교사의 손에 있던 채점한 시험지를 재빠르게 낚아채어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다가 나중에는 완전히 초연한 모습이 되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홍차를 마시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실망감을 넘어서 심각한 현실과 마주했는데, 그 충격은 상당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틀 후 월요일 아침 학교의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학교를 찾아가 모의고사 시험지를 교장의 책상 위에 던지며 분노의 목소리로 항의했다. “아니 어떻게 학교에서 1,2등 한다는 학생의 모의고사 성적이 이게 뭡니까?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당신네들 지금까지 우리를 속이고 있었지? 낙후된 마을이라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수십 년 동안 완전히 방치해 왔지? 이게 말이 되냐고!” 이로써 그 시골 학교의 교육적 실태가 완전히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교육적 관심이 있는 ‘딜란’의 아버지를 비롯한 몇몇 학부형들은 매주 학교를 찾아가 소동을 일으켰다. 사실 ‘딜란’의 아버지는 자녀들의 교육적 관심보다는 외국인 봉사자들에 대한 부끄러움과 수치심 때문에 학교 소동에 앞장을 섰다. 일부 학부형들의 소동이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켜 학교장과 교사들이 지역 교육지청에 지원을 요청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교사가 없던 과목들에 교사를 배치했으며 수십 년 동안 하지 않았던 모의고사를 외부 사립 학원들의 지원을 받아 정기적으로 실시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