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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진 Apr 20. 2024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기 2

정주적 영성과 유목적 영성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 지역에 진출하여 여러 전투를 치르며 서서히 자신들의 영토를 확보해 나갔다. 그렇지만 얼마 안 가서 일부 부족들은 전투에 지쳐 정복 전쟁을 멈추었고, 일부는 자신들의 인구수를 계산하여 더 이상의 영토 확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멈추었고, 또 일부는 다른 부족들이 두려워 정복 전쟁을 멈추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후 수백 년 동안 정복 전쟁을 멈춘 대가를 치르게 된다.

 

정복 전쟁을 멈춘 이스라엘 민족은 점차 가나안 지역의 정주 문화 속에 젖어 들어갔는데, 그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배우며 우상들도 함께 숭배했고 때로는 피지배민으로 전락하여 고통을 당하기도 했다. 야훼 하나님이 그렇게도 경고를 했건만 그의 백성들은 정주 문화의 힘에 굴복했고 그것의 노예가 되었다. 그럴 때마다 야훼 하나님은 심판관을 임명하여 백성들의 의식을 깨웠고,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을 구해냈는데 이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사사기’의 이야기다. 사사시대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정주 문화에 물들어가는 백성들을 유목적 문화로 되돌리려는 하나님의 끊임없는 노력이다’라고 할 수 있다. 


나의 글 ‘노마드의 여정을 따라’에 언급되어 있듯 정주 문화는 인간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고, 유목 문화는 인간이 자신의 문화를 포기하고 신의 인도함을 따라 신이 보여주는 곳을 향해 행진하는 것이다.


이 즈음에서 나는 ‘그럼 왜 야훼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탈출을 시켜 가나안 지역에 정착하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게 되었다. ‘왜?’


야훼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선택한 목적 자체가 정주 문화를 벗어나 새로운 땅에서 하나님이 만드신 문화를 누리는 모델적 백성이 되길 원했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벗어나 유목 생활, 이집트 문명에서 탈출하여 다시 유목 생활했다. 이제는 이스라엘 백성이 수 세기 동안 겪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가나안 지역에 정착하여 기존의 정주 문화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계획하신 모델적 문화를 만들길 원했다. 하나님은 그들이 한 곳에 정착했지만 그곳에서 머물며 인간들의 정주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끊임없이 이동하며 하나님의 문화를 전파하고 만들어가는 유목적 세계관을 갖길 원했다. 


유목의 특징 중의 하나가 목초지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민족이 이동하기를 거부하자 하나님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을 이동시켰고 급기야 나중에는 정복당하여 포로로 잡혀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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