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진 Apr 24. 2024

사사 시대 이야기

심판관(사사) 시스템과 왕정 시스템

왕 중심의 통치 체제는 고대부터 내려오는 정주민들의 국가 형태이다. 다양한 시대적 환경에 따라 역사적 에피소드는 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왕이 되고 자는 하는 자는 친인척에서 출발하여 본인을 따르는 주변 사람들을 모으며 점차 세력을 확장시키고,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이웃 부족들을 병합해 나간다. 그리고 왕국으로서의 기틀이 잡히면 충성스럽게 따르던 부하들로부터 왕의 칭호를 받으며 드디어 왕좌에 오르게 된다. 왕좌에 오른 왕은 그때부터 백성들이 자신을 위해 헌신하게 하며 자신이 원하는 데로 통치한다. 선한 왕은 선한 방법대로, 악한 왕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공포정치를 한다. 


사사시대는, 학자들의 견해에 따라 기간이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400여 년간 지속되었는데, 사사 시대의 통치 시스템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준비한 독특한 국가적 형태였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이 주신 율법에 근거하여 공의와 정의에 따라 살아가면 태평성대를 이루고, 반면 가나안 정주 문화에 물이 들어 공의와 정의가 없어지고 하나님을 떠나게 되면 여지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아 수십 년 동안 압제를 받아야 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정주민들의 국가 형태를 원했는데, 한마디로 왕을 원했다. 왜? 

백성들 입장에서는 ‘심판관(사사)’ 시스템이 불안해 보였다. 늘 상주하여 백성들을 보호하고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나타나서 문제 해결만 하고 다시없어지는 뭔가 좀 부족해 보이는 시스템이었다. 일반적으로 사사들은 필요에 따라 하나님에 의해 임무를 부여받고 백성들을 위해 헌신했다. 물론 이들 중에 일부는 부패하여 자신의 왕국을 만들려는 시도를 했지만 말이다. 


이런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안감은 결국 하나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하나님이 원한 것은 하나님이 직접 통치하는 신정 국가 형태인 ‘심판관(사사)’시스템이었고, 백성들이 원한 것은 하나님과 관계없이 인간이 인간을 통치하는 왕정 국가 시스템이었다. 백성들은 왕이 직접 백성을 통치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이것은 한마디로 그들이 스스로를 보호하며 그들이 하고 싶은데로 하며 살길 원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강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하나님을 떠나 마음대로 살길 원했던 것이다.


‘심판관(사사)’ 시스템에서는 백성들이 타락하면 고통을 당하게 되는 시스템인데, 백성들은 이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잘못된 길을 가도 고통당하지 않을 더 막강한 시스템을 원했던 것인데, 결국 그 방법을 찾아낸 것이 고작 세상에서 널리 쓰이는 왕정 국가 형태였다. 백성들이 보기에는 왕정국가 시스템이 더 강하고 안전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애타게 찾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왕이 더 멋져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백성들의 착각이었다. 야훼 하나님은 왕을 원하는 백성들에게 왕정국가가 얼마나 위험하고 더 큰 고통을 가져다주는지에 대해 경고했는데(사무엘상8:5~20) 이스라엘의 고대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사사시대에는 백성들이 타락해도 불과 몇 십 년 고생하고 회개하며 돌이키면 금방 회복되었지만, 왕정국가였던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은 그들이 하나님의 길에서 떠나자 외세의 침략을 받았고 국가는 붕괴되고 백성들은 포로로 잡혀갔으며 수백 년 동안 흩어져 압제 속에 살아야 했다. 


http://bible.godpia.com/read/reading.asp?ver=easy&ver2=&vol=1sa&chap=8&sec=

매거진의 이전글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기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