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명

- 아르바이트 -

by 캄이브

< 조직명이 뭐예요? >


따뜻한 겨울, 일식집에서의 아르바이트.

영업 준비로 바쁜 아침시간 손님 맞을 준비에 손발이 가볍다.

따르릉~~~ 따르릉~~~

주방장의 부지런한 손놀림을 대신하여 카운터로 달려간다.


"반갑습니다. ㅇㅇ미가입니다."

"점심 예약 가능한가요?"

"그럼요. 조직명이 뭐예요?"


친절한 목소리에 회를 뜨던 주방장이 칼을 들고 달려온다.

빠르게 가져간 수화기에 다급하게 내뱉는다.

"네. 죄송합니다. 예약자분 성함 부탁드립니다."

(뭐가 죄송한 거지?, 나한테 받으라 해놓고 왜 달려온 거야???)

이유를 알 수 없어 두 눈만 토끼눈이 되었다.


"조직명이 뭐야? 무슨 조폭조직도 아니고"

한심한 표정은 변명의 입구를 막아버린다.

(홍길동인가? 조직을 조직이라 부를 수 없다니)

눈치껏 "네. 죄송합니다."

일단 사과는 했으나, 혼나고 있는 상황이 서럽고 낯설다.


윗동네(북한) 사회계층과 조직

윗동네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조직활동을 한다.

태어나서는 '탁아소'라는 집단생활로 시작하여 성장함에 따라 공식 조직에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8세가 되면 소년단 조직에 가입하고, 14세가 되면 청년동맹 조직에 가입한다.

18세에 조선노동당 조직에 가입할 수 있으나 입당절차가 아랫동네 7급공무원 절차와 맞먹는다.

입당을 해야 당조직에 가입할 수 있으니, 그 외 사람들은 직맹(직업총동맹) 조직과 여맹(여성동맹) 조직으로 분류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조직과 조직생활에 물들어져 있으니 무엇이 '죄송'하단 말인가.

알 수가 없었다.


아랫동네(한국) 조직

아랫동네에서 조직명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뉘앙스로 들린다.

조폭조직, 범죄조직, 간첩 등 비밀결사단을 창설하듯 무겁고 무섭게 다가온다.

오랜 시간 사용했던 조직의 의미를 재 정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개인차가 크다.


아크릴 같은 문화장벽에 부딪힐 때마다 하얀 살갗에 파란 멍이 들지만, 멍이 내 삶의 미치는 영향은 크다.

나는 오늘도 아랫동네 문화에 동화하고자 노력 중~


같은 단어 다른 문화에서 겪는 좌충우돌 적응기.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