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오늘이 생신이십니다.
보릿고개 허리띠 졸라맨 끝자락,
모내기 마친 논배미 너머
여름이 막 익어가던 그 무렵,
아버지의 생신은
우리 집의 작은 명절이었지요.
꼬깃꼬깃 숨겨둔 용돈으로
언니들과 하나둘 모여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작은 선물도 준비했지요.
부엌에선 가마솥이 열을 올리고
고기 삶는 냄새에
우리들 마음도 익어가던 그 시절
참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땐 미처 몰랐습니다.
아버지의 주름진 손등에
얼마나 많은 계절이 스며 있었는지,
말없이 견뎌낸 어깨 위엔
어떤 무게의 세월이 있었는지.
이제 와서야
그 무게가, 조용히
제 가슴에 내려앉았습니다.
손 한번 잡아드리지 못하고
웃음 한 줄 건네지 못한 채
이렇게 남녘땅 먼 곳에서
홀로, 하늘만 바라봅니다.
아버지.
위대한 그 이름,
어릴 적엔
그저 부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숨을 삼키듯 불러도
눈물이 먼저 흐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계절이 몇 번을 돌아도
아버지의 모습은,
제 마음속에서 한 번도
늙지 않으셨습니다.
하늘의 별이 되신 아버지,
오늘은 구름에 마음을 띄우고
바람에 실어 편지를 띄웁니다.
별빛 사이, 아버지 계신 그곳엔
고단함도 아픔도 없이
부디 평안히,
편안히 주무시길 바랍니다.
사고만 치고 다니던 막내딸이
오늘은 말없이,
깊어진 그리움에
감사의 마음을 얹어
조용히 이 편지를 올립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