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팔을 걷어붙이고
장독 위에 앉아버린 계절이야.
오늘이 소서,
스물네 절기 중
열한 번째 해당하는 날.
'작은 더위'라고 불리지만,
지금 우리는
훨씬 더 큰 열기 속에 살고 있어.
논두렁을 적시던
장맛비도 멈칫하고
매미소리만
한낮의 고요를 삼키는 날이지.
본격적인 더위만큼이나
해야 할 일들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어.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심는다’던 속담처럼,
이 더위도,
이 바쁨도
곧 지나가겠지.
그 무성한 들풀처럼
우리 마음도 쑥쑥 자라
서로에게 그늘이 되어주면 좋겠어.
덥고 숨 막히는 하루에도
작은 웃음 하나,
작은 안부 하나가
서늘한 바람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지구 위에 사는 우리가
지구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도록,
조금 더 조심스레,
조금 더 아껴가며
함께 살아가보자.
-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