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윗동네 추석 >
어릴 적 북쪽의 추석은 한 달 전부터 시작됐다.
사과, 배, 고기, 생선...
조상을 위한 상차림이 조금씩 쌓여갔다,
며칠 전부터 방앗간에 긴 줄을 늘어섰다.
손끝에는 찹쌀가루가 묻고, 달콤한 송편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하루 전 밤, 나물을 무치고 전을 부치며
부엌 안은 은은한 연기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어린 내 마음은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지는 제사상의 풍요로 채워졌다.
고기, 생선, 과일, 떡, 간식까지
'육해공군' 다 모이는 듯한 상차림.
밤새 부엌에서 잡일을 돕던 기쁨은,
어머니가 건네주는 한 입의 맛보기로
최고의 행복으로 바뀌곤 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나는 나물을 무칠 때면
아이들을 불러 맛을 보게 한다.
아이들의 엄지 척은
작은 나의 행복이 되어 돌아온다.
아침 7시, 건강한 마음으로 제사상을 차린 뒤,
산소로 들고 갈 음식을 챙긴다,
상차림에 올렸던 음식들은
찬장 위를 거쳐 다시 아침 상으로 이어진다.
두 시간 남짓 걸리는 산소길,
오늘 같은 비 오는 날이면
평소보다 두 배는 힘들다.
신발에 둘러붙은 진흙을 털어내지 않고
맨발로 산길을 오를 때,
흙냄새가 온 마음을 적신다.
산에서 만나는 친척들,
손이 많으니 벌초는 금방 끝난다.
각자 가져온 음식으로 점심상은 풍성해지고,
힘든 여정 속에서도,
그 풍요와 웃음이 하루를 완성한다.
< 아랫동네 추석 >
남쪽의 긴 연휴 속,
도로 위는 차들로 가득 정체되고,
공항, 백화점, 마트, 시장 어디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요양시설에는 부모님을 찾아온 발길이 끊이지 않고,
납골당에도 인사하러 온 이들이 많다.
제사를 위해 절을 찾는 사람도,
제사를 하지 않는 교인도 있다.
제사 음식은 시장 이모들의 손을 빌리면
짧은 시간에 완성된다.
젊은 층은 제사를 합치거나 생략하기도 한다.
황금연휴를 해외에서 즐기는 사람도,
여행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나는 연휴 동안 남는 음식을 처리하며
뱃살을 걱정하고,
다이어트를 다짐하면서도
음식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오래전, 찾아갈 가족도,
찾아올 가족도 없던 명절이 싫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손을 바라보는 아이들 덕분에
정신없는 하루가 기쁨이 된다.
남과 북 긴 분단의 세월만큼
추석의 풍경은 조금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하나의 동네, 하나의 민족,
같은 달빛 아래,
같은 사람들의 웃음과 마음이 흐른다.
-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