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머물러도 괜찮고
마음 한 줌만 놓고 가도 괜찮은 날.
오늘은 그렇게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는 자리에서
나를 불러본다.
어릴 적 내 생일엔
늘 하얀 눈이 세상을 덮었다.
소리 없이 내려
내가 온 이유를
축복으로 감싸주곤 했다.
내 삶을 접으면
반은 눈이 축복을,
반은 비가 축하를 해주었다.
오늘은
눈 대신 비가 내린다.
하늘은
늘 같은 높이에서
여러 색으로
나를 기억해 준다.
조용한 빗방울은
저 멀리 계신 아버지가
보내는 안부일까.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보내온 마음일까.
사실 오늘은
내가 축복받기 전에
어머니가 가장 애쓰신 날.
한 생을 품고
시간을 건너온
그날의 숨결이
오늘의 나다.
그래서 이 생일은
기쁨보다 먼저
감사가 고개를 든다.
말없이 머물러도 괜찮고,
마음 한 줄만 놓고 가도 괜찮은 이유.
오늘의 이브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마음을 접는다.
태어나게 해 주셔서,
여기까지 살아오게 해 주셔서.
그리고 여전히
이렇게 축복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