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는 우리 마음에서 비롯된다.–
깍깍,
겨울 공기를 가르는 음절 하나.
그 얇은 파문에
우리는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괜히 기대를 품는다.
한 마리 까치가
파란 하늘에 점 하나 찍었을 뿐인데
우리의 마음은
먼저 길을 낸다.
보이지 않는 발자국 위에
기다림이 먼저 도착한다.
동요 까치까치설날 속에서
까치는 어제를 맡고
우리는 오늘을 맞는다.
새 한 마리가
시간의 경첩을 밀어
하루의 문을 연다.
그러나
검은 깃의 까마귀가 울면
공기는 낮게 가라앉고
사람들은 그 소리 위에
죽음의 그림자를 얹는다.
같은 하늘을 가르는 날갯짓인데도
색 하나로
길조와 흉조가 갈린다.
신화 속 삼족오는
태양을 품은 존재로 찬란히 빛나고,
현실의 까마귀는
불길의 이름표를 달고 날아간다.
해석은
늘 새보다 먼저 날아오른다.
생각해 보면
새는 다만
제 목청으로 세계를 호명할 뿐.
길함도 흉함도 모른 채
계절을 건너는
한 생명의 떨림일 뿐인데
우리는 그 울음에
예언을 매달고
색에 감정을 덧칠한다.
설날은
묵은해를 벗겨내는 날이라지만
어쩌면
우리 안에 오래 붙어 있던
의미의 표식을 떼어내는 의식인지도 모른다.
까치는
좋은 소식을 싣고 오지 않았고
까마귀도
죽음을 실어 나르지 않았다.
우리가 먼저
기쁨을 얹고
두려움을 얹고
기다림을 얹어
한 마리 새를
상징으로 길들였을 뿐.
오늘, 까치설날.
어디선가 디시 울음이 들리면
이번에는
그 소리를 해석하지 않고
그저 지나가게 두려 한다.
의미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계시가 아니라
우리 마음이 먼저 건네는
조용한 응답이므로.
-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