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 전투 >
윗동네(북한)는
중요한 시기에 '전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김장 전투라 부른다.(웃음)
윗동네(북한) 김장 전투는
밭에서 배추와 무를 수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6인 가족인 우리 집은
매년 1톤 이상의 배추를 준비했다.
밝은 전등은 늘 정전이었기에
어둠을 밝히는 촛불 아래 밤샘하여 배추를 다듬어야 했다.
콸콸 흐르는 수도는 단수가 일상이어서
흐르는 강변에서 절여진 배추를 씻어야 했으니
지금도 시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온 가족이 총동원하여 역할분담을 하여
해 뜨면서 시작된 김장김치 담그기는
달을 보며 마감을 할 수 있었고 며칠을 반복했다.
윗동네(북한)는 비닐하우스가 없었기에
겨울에 싱싱한 남새(채소)는 동화 속 이야기 었고
겨울 식탁의 주된 반찬은 김치였다.
배추김치, 물김치, 깍두기, 채 김치, 보쌈김치, 갓김치, 염채김치(추운 곳에서만 재배 가능) 등
다양한 종류의 김치와 오가리(무 말랭이),
봄부터 말려둔 나물들이 식탁의 주인공이다.
내가 살던 동네는 한반도 최북단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인접해 있고 아주 추운 지역이었다.
11월과 함께 찾아온 눈은
이듬해 4월이 되어서야 봄볕에 녹는다.
반년치 반찬을 미리 장만하는 이유였다.
아랫동네(한국) 김장
아랫동네로 이사 온 후 매년 이맘때쯤 김장을 했다.
깨끗이 씻어 배달되는 절임배추 서른 포기,
사전에 준비한 양념을 곱게 절여진
노란 포기에 두어 시간 쓰담 쓰담해주면
빨간 옷으로 갈아입는다.
김치움을 주방에 옮겨놓은 덕분에
사다리 타고 김치움에 내려가는 과정이 생략된다.
아침부터 시작된 김장 담그기는
쭉쭉 찢은 햇김치에 수육으로 점심을 먹으며 마무리한다.
혼자서도 반나절이면 뚝딱 완성할 수 있다.
겨울에도 싱싱한 채소들이 가득한
아랫동네 일상에 익숙해지니
매년 김장배추 포기수가 줄어둔다.
후순위로 밀려난 김장김치,
손맛을 잃을까 걱정하면서도 올해는 미정이다.
윗동네, 아랫동네
김장 담그는 시기와 방법의 차이는 있으나,
겨울을 준비하는 생활의 방식에는 차이가 없다.
의식주에 녹아있는 삶의 지혜 김치문화,
참 좋다.^^
- saba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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