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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aNa Sep 29. 2022

윗동네_덕수궁의 돌담길

- 옛날의 돌담길 -


♬ 덕수궁의 돌담길 옛날의 돌담길 오는 날도 가는 날도 이야기도 많았네

느티나무 참나무 우거지는 그늘 아래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지냈었네 ♪    


덕수궁의 돌담길을 연인과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반대 방향으로 걸으면 괜찮다는 속설이 또 생겼다.

하지만 나에게 덕수궁의 돌담길은 상상의 돌담길, 희망의 돌담길이다.     


주파수

열다섯 소녀 시절 나는 짙은 어둠, 고요한 밤을 기다렸다.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었고

고요 속에서 두근두근 미래의 꿈을 꿀 수 있었다.

상상 속에서 희망으로 돌담을 쌓고,

상상 속에서 기쁨으로 돌담길을 걸었다.

미지의 세계와 교신하는 통로는 바로 주파수였다.  

   

희망의 눈

달빛도 잠든 고요한 밤, 타인의 발자국 소리에 촉각을 세우고

칠흑 같은 어둠에서 손가락의 감각으로 간신히 주파수를 맞춘다.

잡음 속에서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마법의 목소리와 접점을 맞추려 청각으로 볼륨을 조절한다.

이불속에서 눈 감고 감상하는 그 순간만큼은

장님으로 살아가는 윗동네에서 희망의 눈을  선물했다.


두려움

윗동네 라디오는 같은 색깔 일정한 목소리로 늘 몰아세운다.

아랫동네 라디오는 다른 색깔 다양한 목소리로 즐거움을 준다.

새로운 눈으로 접하는 신기한 나라의 모험은 두려움도 컸다.

윗동네는 아랫동네 라디오를 청취하다 발각되는 날이 제삿날이다.

그럼에도 상냥한 DJ의 마법 주문은 두려움의 빗장을 열어 주었다.  

   

봄의 향기

라디오 애청자인 나!

윗동네 그 시절 처음 접했던 노래가 들려오면

겨울에 멈춘 기억이 녹아내린다.

잊고 지냈던 상상과 희망이 봄꽃처럼 피어난다.

라디오는 지금도

윗동네 소녀들에게 봄의 향기, 희망의 향기를 전하고 있을까

   

희망의 돌담길

아랫동네 발을 붙이고 십수 년, 강산이 수차례 바뀌었다.

열다섯 소녀의 말랑한 감성을 자극했던 상상의 돌담길

연인과 함께 걸어보리라 다짐했던 희망의 돌담길

여전히 상상과 희망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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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피부를 간지럽히는 가을~

느티나무 참나무 우거지는 그늘 아래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지냈던 추억의 사랑 퍼즐 맞춰갈 수 있을까

도란도란 이야기로 옛날의 돌담길, 상상의 돌담길, 희망의 돌담길을

함께 걷고 싶다. 연인과 함께...


- sabana -


#덕수궁의돌담길 #사랑퍼즐 #라디오 #주파수 #돌담길 #윗동네 #아랫동네

-2022.9.2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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